[외채협상 타결]타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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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뉴욕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여러 차례의 극적인 고비를 넘겨야 했다.

한국협상단이 가장 긴장했던 것은 첫 날 (21일) .우리측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을 국제금융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였다.

채권단이 한국측이 자체안을 마련해 온 데 호감을 보여 기본틀에 대한 첫 날 합의는 생각보다 쉽게 이뤄졌다.

이틀째 회의에서는 우리가 제시한 만기연장 기간, 정부 지급보증 범위, 조기상환 (콜 옵션) 등에 대해 조목조목 검토했다.

사흘째에는 쟁점사항을 대부분 매듭짓고 양측이 희망하는 금리수준을 제시했다.

우리는 리보 (런던은행간 금리)에 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채권단은 리보에 4%포인트 이상을 얹는 금리수준을 제시해 큰 차이를 보였다.

나흘째에도 역시 금리공방이 치열했다.

실무협상단장인 정덕구 (鄭德龜) 재정경제원 제2차관보는 IMF 지원금리 (리보+3.5%포인트) 이상을 받겠다고 주장하는 채권단에 "IMF금리는 단기간 제공되는 자금에 부과된 것으로 벌칙성이 강해 준거 (準據) 금리가 될 수 없다" 고 맞섰다.

김덕수 산업은행 금융3부장과 김윤수 외환은행 국제본부장 등이 현재 한국과 비슷한 신용등급에 있는 나라들이 최근 시장에서 조달한 실제금리 수준을 찾아내 채권단에 제시하자 몇몇 대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때마침 서울에서 노사정 (勞使政) 합의가 발표되고 산은이 발행한 채권의 유통금리가 '리보+3.5%포인트' 까지 낮아져 협상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돼 다행이었다.

마지막날인 28일 회의에서 시티은행의 윌리엄 로즈 부행장은 鄭차관보에게 "또 게임하자는 게 아니다.

신중히 생각해 내놓는 최종안이다" 며 채권단측의 최종안을 통보했다.

鄭차관보는 금리를 수락할 테니 조기상환 가능시한을 '1년후' 에서 '6개월후' 로 단축할 것을 주장했다.

채권단측은 잠시 논의를 가진 뒤 협상테이블로 돌아와 "동의한다 (어그리)! 자, 성명문 준비합시다" 라고 말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외채협상이 타결되는 순간이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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