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섹스 스캔들로 미국 행정부 업무마비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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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로 인해 미 달러화 시세가 약세를 보이고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미국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 (東京) 외환시장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엔화 가치는 이날 한때 달러당 1백24.20엔까지 올라 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워싱턴의 소식통들은 섹스 스캔들 때문에 클린턴 대통령의 업무 능력이 사실상 마비될 경우 한국 등에 대한 구제금융 제공을 위해 미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 (IMF) 출자금 증액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클린턴 대통령은 백악관 임시 여직원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에 대한 위증 또는 위증 교사 혐의로 탄핵절차까지 거론됨에 따라 미키 캔터 전 상무장관 등 옛 측근들을 규합, 반격에 나서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캔터를 비롯, 그의 법률자문가로 유명한 해럴드 익스 변호사, TV 프로듀서인 해리 토머슨 등을 불러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또 폴 베갈라.람 에마뉘엘 등 백악관 보좌관들도 진화작업에 가세, 각종 TV 토크쇼에 출연해 클린턴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 주도록 호소하고 있다.

반면 르윈스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윌리엄 긴스버그는 25일 ABC 방송에 출연,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지휘를 받고 있는 미 연방수사국 (FBI) 수사요원들이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는 르윈스키의 옷을 압수, 진상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고 말했다.

미 의회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1차로 처리할 하원 법사위 헨리 하이드 위원장은 CBS 방송과의 회견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유가 발생한다면 민주당측이 탄핵보다 사임으로 몰고 가야 할 것" 이라고 25일 말했다.

한편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27일 의회에 출석해 30년만의 첫 균형예산을 담은 새해 국정연설을 하게 된다.

클린턴 대통령은 특히 이번 새해 국정연설에서 평화봉사단의 확대, 의료보험 가입자의 부담 경감, 청소년 흡연방지,에이즈 퇴치.식품안전.의료연구자금의 대폭 확충 등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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