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걸린 소 4만7000마리 프랑스 식탁에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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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프랑스에서 광우병(소해면상뇌증.BSE)에 걸린 소 4만7000여마리가 소비됐다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의 인터넷판(슈피겔 온라인)이 5일 보도했다. 슈피겔은 프랑스 국립의료연구원(Inserm)의 보고서를 인용, 지난 13년간 광우병 감염 쇠고기가 대량 유통됐고 그로 인해 이미 숨진 사람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보고서(www.edpsciences.org/articles/vetres/abs/2004/03/V4008/V4008.html)를 작성한 연구원들은 "1996년까지 모두 4만7300마리의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가 프랑스의 식탁에 올랐다"면서 "80~2000년에만 30만1200마리의 소가 프랑스에서 광우병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이는 소비자보호와 검역의 측면에서 재앙이라고 불릴 만하다고 슈피겔 온라인은 지적했다.

특히 이번의 보고서가 폭발력을 지닌 까닭은 이제까지 광우병에 관한 보고는 90년대 이후의 감염사례만 취급했지 80년대에 감염되고 발생한 사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광우병에 관한 첫 파동이 벌어진 80년대 프랑스 정부는 영국산 소의 수입을 막으려 애썼다. 그러나 정부당국 차원에서의 엄격한 검역은 수년이 지난 뒤에야 가능했다. 그 결과 91년 프랑스에서도 광우병 감염 사례가 처음 발견됐다.

보고서는 "영국에서 광우병이 처음 보고된 뒤 5년이 지난 89년까지 프랑스에서는 광우병에 감염된 영국산 동물사료를 사용했다. 그 결과 프랑스의 소들도 이미 80년대에 광우병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제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프랑스 정부는 늦었어도 4년 전에 진상을 밝혔어야 했다. 광우병 관련 공식통계는 이미 실제로 감염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로 프랑스 정부는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공교롭게 정부는 최근 55세 남자가 광우병이 사람에게 옮겨져 나타나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의 일곱번째 발병사례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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