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포기' 정보 부시에 보고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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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라크 침공 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했다는 정보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CIA가 비밀활동을 통해 이라크 과학자의 친척들로부터 입수한 이 같은 정보를 대통령과 정책입안가들에게 알리지 않았음을 미 상원 정보위원회가 밝혀냈다고 전했다.

상원 정보위원회는 부시 행정부가 전쟁의 정당화 수단으로 활용한 생물.화학무기의 존재 가능성을 미군과 영국군이 입증하지 못한 뒤 이라크에 대한 CIA의 정보 운용을 조사해 왔다.

이번주 발표할 중간보고서에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불법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증명할 만한 정보를 얻는 데 실패한 CIA와 그 간부들을 통렬하게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이라크가 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했다고 주장한 친척이 몇 명에 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CIA는 그 정보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덧붙였다.

중간보고서는 정보기관이 이라크의 무기 프로그램 실상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데 소홀히 했고 CIA 등 정보기관의 분석가들조차 빈약한 정보를 토대로 서류를 작성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부 분석가는 이라크가 생물.화학무기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지지하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기까지 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일례로 이라크로 향하다 나포된 선박에서 발견된 알루미늄 튜브는 이라크가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증거물로 주장됐지만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만큼 충분한 두께가 아니었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상원 정보위원들은 왜 CIA가 객관적인 관찰자가 아닌 전쟁 옹호자가 됐는지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원 정보위원회는 정보기관의 분석가들이 백악관으로부터 정치적 압력을 받아 자신의 보고서를 수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입증하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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