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력 가늠하는 척도, 불황 때 더 유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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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 26면

최근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데엔 기업 실적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성적표를 내놓고 있다. 증시 전문가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이 같은 실적을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한다. 반대는‘어닝 쇼크’가 된다. 이 둘을 판가름하는 기준으론 대개 매출액과 영업이익·순이익이 쓰인다.

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영업이익

매출액은 기업이 장사를 해 번 돈의 총 합계다. 100원짜리 물건을 100개 팔면 매출액이 1만원이 된다. 예상했던 것보다 매출액이 많으면 그만큼 물건이 잘 팔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나란히 곤두박질치고 있는 요즘 같은 상황에선 매출액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눈여겨보게 된다.

영업이익은 물건을 판 돈의 합계에서 원가와 비용을 뺀 액수다. 1만원어치를 파는 데 원가가 3000원, 비용이 4000원 들었다면 영업이익은 3000원이다. 영업이익은 액수가 아니라 내용을 따져야 한다.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이 줄었다면 실속 없는 장사를 했다는 뜻이다. 늘어난 매출이 영업이익 증가로 연결되면 좋겠지만 덤핑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주력한 결과였다면 장기적으로 좋게 볼 순 없다. 반대의 경우도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경쟁 기업과 반대로 매출 감소, 영업이익 증가가 나타났다면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하지만 경쟁 기업과 나란히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영업이익이 늘어났다면 ‘청신호’가 된다. 불황에 버티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뜻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실적에 시장이 환호한 것은 세계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출액은 덜 줄고 영업이익은 호전됐기 때문이다.

순이익은 영업이익에서 이자 수익과 비용, 환차익과 환차손 등 영업 외 비용을 더하거나 뺀 금액이다. 건물이나 땅을 팔아 생긴 일회성 손익과 자회사 지분의 평가손익도 여기에 포함된다. 영업이익이 흑자라도 금리가 높아져 이자를 많이 물거나 ‘키코’ 등으로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면 순이익이 적자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적자가 아닌 한 일시적인 순이익 적자를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큰 최근 상황에선 순이익보다 영업이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위기가 길어질수록 ‘본업’에 강한 회사가 잘 버티고 위기 이후 남들보다 앞서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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