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국민과의 TV대화]무슨 뜻 담겼나…격의없는 대화로 고통분담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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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의 TV대화는 전국민의 고통분담을 촉구하는 강도높은 호소와 설득으로 일관됐다.

과거 대통령담화 등에 등장하던 추상적인 용어나 격식을 따진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부터 진짜 어려움의 시작” “마음을 모질게 먹고 그야말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등 직설적이고 생생한 표현이 대목 대목 동원됐다.

金당선자 스스로 “솔직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선 결코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는 인식아래 준비를 해왔다는게 주변의 설명이다.

“이날 논의된 내용들이 최대한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계속 더 연구해 나가겠다” 며 겸허한 태도를 보이려는 노력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 '무섭고 험난한 상황' 에서 외교사령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는게 핵심참모의 설명이다.

金당선자는 먼저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벼랑에 몰리게 된 지금까지의 진행과정과 실태를 소상히 밝혔다.

“실업자가 더 늘어나고 물가는 더 오르고 부도나는 기업은 더 많이 생겨 우리 모두에게 무서운 시련기가 올 것” 이라며 상황의 절박함을 강조한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金당선자는 “나라살림이 거덜났는데도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했으니 이제 선진국이다' '국민소득 1만달러니 이제 부자나라다' 라고 허풍을 떨었다” 며 아직 위기를 실감 못하는 일부 계층의 삐뚤어진 상황인식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여야 정치인, 과소비를 부추기는데 앞장선 일부 계층 등을 거론하며 책임의식과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새 정부는 결코 이같은 그릇된 관행을 용인치 않겠다는 다짐을 한 셈이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라든가 “나라가 부도나고 파산한다면 장롱 속의 금괴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감춰둔 달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등으로 고통분담에 예외가 없으며 당장 시작해야 할 일임을 분명히 했다.

'국민과의 대화' 중에도 이처럼 위기 상황을 속속들이 알리기 위한 金당선자의 노력은 계속됐다.

구체적인 숫자를 나열해가며 설득했다.

金당선자는 '닫는 말' 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면서 새 정부의 지향점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병행' 임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주요 정책의 입안과 추진과정에 대한 대국민 투명성을 우선 약속했다.

밀실에서 결정하고 내막을 국민에게 속이는 일, 힘없는 사람들에게 엄격했던 법.규정 적용 등이 재발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각 부문의 군살빼기를 강조하면서는 가장 먼저 대기업을 꼽았다.

정경유착을 통한 문어발식 기업경영과 금융독점 등의 관행을 강하게 지적해 추진중인 '대기업 개혁' 을 신속히 후퇴없이 밀어붙일 것임을 강력히 피력했다.

정부조직 개편도 흔들림없이 추진될 것임을 역설했다.

취임전 완성을 목표로 한 '작은 정부' 의 구현에 차질이 없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는 노 (勞).사 (使).정 (政) 모두의 각성을 촉구하면서 '역지사지 (易地思之)' 란 말로 결코 어느 한편에 치우친 정책적 배려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정리해고 등 민생을 위축하는 정책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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