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하기관도 구조조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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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를 조기 극복하는 길의 하나는 모든 경제주체의 내면에 적체한 비효율과 낭비 요소를 훌훌 털어버리는 데 있다.

그래서 정부도 기구개편안을 공청회에 부치고 있고 기업도 구조개혁을 준비하고 있으며 가계도 허리를 조를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고통의 궁극적 목표는 산더미 같은 외채를 하루 빨리 갚을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다시 한번 도약의 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된 정부 산하기관의 방만한 배열 (配列) 을 보면 이 목표가 조기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선 정부 산하기관의 규모가 개수로 5백37개, 종사인원이 40여만명이나 된다는 데 기가 질린다.

인원은 교원을 제외한 일반 공무원의 2배나 되고 예산도 그쯤 된다고 한다.

이렇게 방만한 정부 외곽 조직을 운영하면서 지금까지 국가 재정을 흑자로 유지해 온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정부 산하기관이 왜 필요한가.

혹시 전문적이고 첨단적인 연구가 있어야 공공 서비스가 원활할 수 있기 때문에 산하 연구소가 필요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공무원의 자리 보장이나 예산 전용을 위한 핑계 또는 규제 보전을 위한 구실의 하나로 산하기관이 존속한다면 그것은 하루 빨리 혁파 대상이 돼야 한다.

정부 조직이나 산하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민영화의 개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교도소까지 민영화하는 외국의 예를 연구하고 우리는 왜 그것이 안되는가 원인을 연구해야 한다.

아직도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IMF 체제가 극도의 효율화를 요구하는 체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작은 정부는 국제적인 추세며 이를 통해 정부 경쟁력을 회복하고 아울러 국가 경쟁력 회복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현대 정부가 할 일이다.

새 정부가 일단 정부 산하기관의 방만한 경영에 눈길을 준 것은 잘한 일이지만 그것이 주목에 그치지 않고 실천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개혁의지를 확인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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