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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 구조조정안 어떻게 돼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재계가 대그룹개혁안의 최종 성안 (成案) 을 놓고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현대.삼성.LG 등 5대그룹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와의 13일 회동이후 종합기획실등을 동원, 그룹차원에서 구조조정계획을 집중 검토해 대부분 큰 줄기는 잡아놓은 상태. 그러나 이른바 주력할 업종선정이나 계열사 통폐합, 또는 처분의 경우 막상 이를 단행할 때까지는 비밀유지를 해야하는 등 고려사항이 적지않아 당선자측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측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되 공개발표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마무리할 전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5대그룹들은 16일에도 거듭 회의를 갖는 등 구조조정안의 막바지 성안 작업을 계속. LG그룹은 회장실과 연구원이 각각 한계사업 정리와 계열사 통폐합안을 작성키로 분담하고 있으며 상호채무보증 해소 등 경영투명성은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해 기본계획을 마련. 대우그룹도 비상장 계열사의 매각과 통폐합안 등을 다듬었으며 SK그룹은 이날 주요 임원이 참석한 경영기획회의에서 일단 실천계획을 마련하고 다른 그룹의 동향을 봐가며 수위를 재조정한다는 생각.

…특히 각 그룹이 숙고를 거듭중인 사항은 金당선자측이 노사 고통분담 차원에서 요구한 그룹총수의 사재 (私財) 출연 규모나 방법. 5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그룹오너들의 재산이 거의 대부분 채무보증용으로 들어가 있어 모양을 내자고 없는 것을 짜낼 수도 없고 안 그러자니 국민들이 이를 과연 납득할런지 난감한 문제라고 토로. SK그룹은 이와 관련, 최종현 (崔鍾賢) 회장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충청지역 임야의 처분을 한때 고려했으나 그룹경영에 큰 보탬이 안될 뿐 아니라 구색 갖추기 인상을 줄 가능성이 커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회장실측도 "오너는 돈이 생기면 기업에 투자하는 게 기본 생리" 라며 "회장 자신이 사유재산이 미미한데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는 여론때문에 고민" 이라고 말했다.

…한편 5대그룹은 이날 오후 주요 임원들끼리 실천계획에 대한 입장과 발표시기를 조정하느라 분주했다.

이들은 일단 구체적인 실천계획에 대한 공식 발표는 다음주로 미루며 비대위측엔 15일 전경련 회장단 결의사항만을 제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전경련 관계자가 비대위측과 접촉해 공식 발표할 경우 나타날 부작용을 설명하면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입장선회는 각 그룹의 발표내용이 특히 총수 사유재산 처리 등이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는 간격이 큰 내용이기 때문에 여론재판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때문. SK그룹 관계자는 또 "구조조정 내용을 발표하는 것은 해당 사업이나 계열사를 바로 부도위기에 모는 무모한 짓" 이며 "따라서 어느 그룹이든 발표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그룹이 이날 발표를 고려했다가 미룬 것도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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