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육] 독일의 과학교육 가서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 초등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독일 과학교육의 목표다. 지난달 23일 과학수업이 진행되는 디스터벡 슐레 초등 3학년 교실.학생들이 해부 모형을 놓고 신체 기관의 명칭과 기능을 배우고 있다. [하현옥 기자]

어릴 때는 박물관이나 식물원에 데리고 가 흥미를 키워주고, 전공을 결정할 나이가 되면 실험 위주의 수업을 하고….

지난달 16일부터 선진 과학교육 연수에 나선 서울시교육청의 초.중등 과학교사들과 함께 살펴본 독일의 과학교육의 모습이다.

'과학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주지 않기 위해 어릴 때부터 관찰 중심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독일 과학 교육의 특징이다. 반면 중.고교생은 진로에 따라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주제 중심의 통합교육=지난달 2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디스터벡 슐레 초등 3학년 교실. 이날 과학수업의 주제는 사람의 몸을 배우는 것이다.

"사람의 몸에 뼈는 몇개가 있죠?"

"206개요."

수업을 담당하는 오만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다.

참관수업에 들어간 과학교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실 인체 관련 내용은 우리나라 초등학교 6학년이 배우는 과정이지만 이 정도 내용까지 알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비밀은 수학시간에 있었다. 학생들은 이미 뼈의 개수를 계산해봤다. 주제 중심 수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보통 한 주제는 2주 동안 다룬다. 과학에 배정된 시간이 주당 4시간인 걸 감안하면 '사람의 몸'에 대해서만 기본적으로 8시간을 공부한다.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뼈의 기능을 알게 된다.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은 들을 수 없다. 과제는 없다. 교과서도 집에 가져가지 못한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전부다.

◇진로에 따른 맞춤교육=초등학교 과학교육이 통합적으로 이뤄진다면 중등 과학교육은 진로에 따라 맞춤식 수업이 진행된다.

생명공학 전문 김나지움(우리나라의 인문계고에 해당)과 식음료 전문가를 비롯, 자동차 수리 등을 전공하는 학생을 기르는 직업학교가 한 울타리안에 있는 하이델베르크의 마리 바움 슐레. 2년 전 문을 연 생명공학 전문 김나지움은 뮌헨.베를린에 이어 독일의 생명공학 중심지로 손꼽히는 하이델베르크의 특성에 맞춘 것이다.

지난달 24일 바이오인포메틱 수업이 진행되는 12학년 교실.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은 10여명의 학생은 미국의 세계적 유전자은행인 NCBI(국립 바이오기술정보센터) 사이트에 접속해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불러왔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DNA 구조를 프로그래밍한다.

식음료를 전공하는 직업학교 학생은 바로 옆 교실에서 식품영양에 관한 정보를 전산화하고 있다. 이 학생들은 양조장이나 우유회사로 실습을 나가 식품의 발효나 숙성과정을 배우기도 한다.

하스 교장은 "대학으로 진학하든, 직장을 구하든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실습과 과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하이델베르크=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