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의 정치인]나종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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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나종일 (羅鍾一.경희대교수) 행정실장은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측의 정책방향.이념의 밑그림을 그려 온 새 정권의 이론가.

그는 4.11총선때의 '지역등권론' 은 물론 DJP연합의 이론적 기초인 공동정권론.지역연립론에 이르기까지 당선자에게 영향을 미쳐 왔던 '사고 (思考) 의 동반자' 였다.

92년 대선패배후 金당선자의 영국행.국민회의 창당.아태재단설립 등 고비마다 金당선자는 그의 제언에 귀를 기울여왔다.

최근 청와대수석.안기부장 등 주요직 하마평에 올라 있는 羅실장에게 새 정권의 국정설계를 들어보았다.

- 새 정부가 역점을 둘 으뜸 목표는 무엇인가.

“바로 정치력의 회복이다.

분단에다 동서 (東西) 까지 단절돼 서로 패권만 추구하면서 인적.물적자원의 결집이 전혀 없었다.

각 지역.계층의 의견을 화해.조정하고 공통목표를 추구케 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역을 당선자가 할 것이다.

노사정협의가 그 첫 사례다.”

- 거대야당에의 정치력 발휘도 시급할텐데.

“드골의 첫 내각에는 공산당원이 2명이나 있었다.

이런 운영이 정치적 능력이다.

우리는 이념의 차이도 크게 없으면서 극한대결을 불사해 왔다.

극좌.극우는 어쩔 수 없지만 정권교체 결과로 야당을 소외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새 여야관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야당은 집권준비에 충실하며 현정권 실정을 비판해야 한다.

언론도 정부 잘못을 가혹하게 비판해야 진정 도와주는 것이다.

야당에도 합법적 정치자금이 가야 한다.

여당이 안기부 등 국가기관을 동원, 의원을 빼내오는 일 등은 절대 없을 것이다.”

- 자민련과의 공동정권에 따를 잡음에 우려도 있다.

“권력은 가능한한 넓게 나눠 가질수록 통합에 좋은 것이다.”

- 청와대비서실의 기능엔 어떤 변화가 있나.

“각료에 지침을 주거나 지침을 받으러 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단지 대통령 참모기능을 수행하며 미국의 국가안보회의 (NSC) 같이 행정부가 하기 힘든 중장기 국가전략 기획을 맡게 될 것이다.”

- 인사청문회의 실행여부는.

“대선공약인 만큼 총리.각료임명후 국회에서 인준.동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비공개로 하는 절차가 검토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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