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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풀린 M&A]中.국내 M&A 전개 시나리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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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리해고 입법조치가 곧 이뤄지고 부동산 취득자유화등 기업인수.합병 (M&A) 관련규정이 정비되면 어느정도 탐색기간을 거친 뒤 올 하반기부터는 외국인에 의한 본격적인 국내기업 M&A돌풍이 불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들어 유통.제약.호텔등에 대한 외국인의 인수의뢰가 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우량중견기업 몇개가 외국인의 손에 넘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미 한화그룹이 한화 BASF의 지분을 합작파트너인 독일 BASF사에 팔았고 한화에너지 등 국내 계열사와 해외현지법인을 외국기업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6년에는 국내 유통망 확보를 목적으로 미국 듀라셀이 서통상사 상표권과 판매사업부를 인수했었고 지난해에는 미국 P&G사가 독.과점 영업기반을 가진 쌍용제지를 인수한바 있다.

외국인에 의한 국내기업 M&A는 이제까지 ▶사업구조조정중인 기업▶한국내 유통망확보에 좋은 기업▶독과점사업으로 확고한 영업기반을 가진 기업 등에 대한 우호적 M&A가 주류를 형성해 왔다.

그러나 조만간 외자도입법 등이 개정되어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가 가능하게 되는 경우 과거 미국의 80년대처럼 최첨단 M&A기법을 동원한 M&A열풍이 몰아 닥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소액주주의 장부열람요구와 대표소송이 증가될 것으로 보이며 어느날 갑자기 외국인이 국내 대형 우량기업에 자기가 사놓은 주식을 높은 가격에 되사줄 것을 요구하는 그린메일 (greenmail) 을 띄우고 불응하면 공개매수에 착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매수대상기업은 황급히 국내우호주주인 '백기사 (白騎士)' 를 찾아나서게 되고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 해당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외국인이 거액의 매각차익을 챙길 수도 있다.

또 주가가 실제 자산가치보다 낮은 기업을 해외 정크본드 발행 자금으로 사들여 유휴자산과 부동산등을 처분한 후 제3자에게 재매각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자금력을 갖춘 큰손들은 국내 M&A돌풍을 뒷전에서 관전하다가 어느정도 정돈된 후 통채로 삼키는 거대한 M&A (메가딜) 를 시도할지도 모른다.

한편 재무 여력이 있는 국내그룹이 장기 핵심사업 강화에 도움이 될만한 기업을 인수하는 등 국내기업간 M&A도 사업구조조정 차원에서 활발해질 것이다.

국내기업간 M&A는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로 막이 올랐다.

대우는 수년전 헤어졌던 미국 GM 자본을 다시 유치하고, 독일 벤츠지분을 쌍용자동차에 증자시키는 전략적 제휴의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는 현재의 외국주주인 미국 포드, 일본의 마쯔다에 인수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현대와 삼성의 대응이 주목된다.

삼성은 일본의 닛산과 합작투자를 통하여 자생력을 모색하거나, 현대에 자동차사업을 넘겨주고 반도체나 다른 사업을 교환인수하는 시나리오도 가정해 볼 수 있다.

또 외국인의 적대적 M&A와 결합재무제표 도입에 대처하기 위한 그룹사간 지분교환 등 전략적 제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 가전제품의 수입이 자유화되는 경우 경쟁력이 약화된 품목이나 사업부의 통폐합 또는 국내가전업체간 사업교환 등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인 모토롤라사가 74년전 가전사업부를 일본 마쓰시다에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하이테크 정보통신업체로 변신에 성공한 예가 대표적 사례이다.

이재술 <안건회계법인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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