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젊은이 문화…고궁서 데이트·스키장 임시직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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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변화에 민감한 청춘문화는 더 빨리 바뀐다.

방학 때면 줄을 잇던 해외 배낭여행이며 어학연수 따위는 거의 사라졌다.

이발비를 아끼려고 장발 패션을 택했다는 이전우 (20.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씨는 CD 사는 취미를 포기하고 FM 라디오 앞에 앉아 있다.

“카페 대신 덕수궁 돌담길을 도는 연인들이 늘고 있어요. 친구들과의 만남도 세 번에 한번 꼴로 줄었고요. 분위기보다 가격이 장소 선택의 첫번째 조건이에요. ”연세대 인문학부 이경은 (20) 양의 말이다.

밀러.버드와이저 대신 국산 엑스필이 주종이 됐다.

테이블마다 전화기를 비치하고 고급 인테리어로 치장한 오렌지 카페의 이용객은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분명 예전처럼 즐길 수는 없다.

그렇다고 도전과 패기의 젊음이 쉽사리 자신의 문화소비를 포기할 수도 없는 일. 박진수 (22.연세대 사학과) 씨의 경우는 불황기 영컬처의 흐름에 일단의 단서를 제공한다.

스키광인 박씨는 이번 겨울도 예년처럼 스키장에서 지낸다.

달라진 건 그의 신분이다.

작년까진 손님이었지만 올해는 직원이다.

박씨는 포천 베어스타운 안전요원으로 임시 취직했다.

“스키를 포기할 수는 없어요. 낮에는 일하고 밤엔 스키를 타죠. 취미와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는 것, 불황을 사는 효과적인 방법이잖아요.” 즐김을 포기하거나 즐김을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는 것, 그것이 오늘의 청춘문화 앞에 던져진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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