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행의 옴부즈맨 칼럼]취재대상으로서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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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언론계의 한 중진으로부터 불만 섞인 전화가 걸려 왔다.

언론인의 입장에서 DJ와 YS의 차이점, 특히 취재대상으로서의 차이점을 독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준 신문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야기의 요점이었다.

이런 불만은 언뜻 생각하기에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DJ와 YS의 차이점은 이미 광범위하게 국민적인 이미지가 조성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신문기자라면 누구나 머리 속에 나름대로 어떤 이미지를 그려 놓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못박아서 취재대상으로서의 두사람의 차이점을 묻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은 기자들 개개인의 머리 속에 인각된 것과는 별개의 것일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국민적인 이미지와 별개의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그것을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요구나 불만은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여겨진다.

그러면 취재대상으로서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외형적인 차이점으로는 두 가지가 손꼽힌다.

첫째, DJ는 내외신기자의 즉석질문이 있을 경우 그 질문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답변하는데 비해 YS는 더러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말의 발음과 언어구사능력에 있어서 DJ는 YS보다 정확성과 완벽성에서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외형적인 차이점은 대개의 경우 사람의 내면세계 표출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외형적인 차이를 내면세계를 평가하는 절대치 (絶對値) 로 사용하는 일은 절대로 금물 (禁物) 이다.

취재대상으로서 또 하나의 분명한 특징을 든다면 DJ는 벌써 세 사람의 대변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지적돼야 할 것 같다.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DJ의 용인술 (用人術) 내지 인사스타일을 말해 주는 것인데 사실 인사처럼 진심 (眞心) 을 말해 주는 것도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느 조직이든간에 인사의 내용을 보면 그것이 내세우는 명분이야 어떻든 인사권자의 진심이 담겨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의 중앙일보는 DJ의 인사 내지 용인술과 관련한 두개의 기사로 눈길을 끌었다.

하나는 홍콩의 성도일보 (星島日報)가 보도한 것인데 DJ의 용인술을 조조 (曹操) 의 그것과 비교한 것이고, 또 하나는 '솔솔 무르익는 DJ인사' 라는 기사인데 내각과 청와대비서실 인사의 하마평 (下馬評) 을 쓴 것이었다.

조조의 용인술과 비교한 홍콩신문의 보도는 그만큼 DJ에 대한 해외의 높은 관심을 나타낸 것일 뿐만 아니라 정권출범 초기 인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용인술과 관련해서는 '설원 (說苑)' 에 보면 '육사 (六邪)' 를 물리치고 '육정 (六正)' 을 기용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여기에서 '육사' 란 여섯부류의 못된 인간 또는 신하 (臣下) 를 일컫는 것인데, 그것의 첫째는 '구신 (具臣)' 이다.

'구신' 이란 갖출 것 다 갖춘 인사, 다시 말해 학력이나 경력에 나무랄 데 없는 사람 가운데 세상부침 (世上浮沈)에 따라 헤엄 잘 치는 자를 일컫는 말이다.

둘째는 '유신 (諛臣)' 이다.

윗사람이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좋다' '옳다' 하고, 위에서 좋아하는 일만 골라 하면서 뒤에 잘못되는 것은 생각지 않는 자를 말한다.

셋째는 '간신 (奸臣)' 이다.

간사스런 자를 일컫는 말이다.

넷째는 '참신 (讒臣)' 이다.

'참신' 이란 언변과 문장력으로 이간질과 혼란을 야기하는 자를 뜻하는 말이다.

다섯째는 '적신 (賊臣)' 이다.

사당 (私黨) 을 형성하는 무리, 권력을 이용해 계파를 만드는 것을 통틀어 '적신' 이라고 부른다.

여섯째는 '망국신 (亡國臣)' 이다.

앞에서는 좋은 말만 하고 뒤에서는 다른 말을 하는 면종복배 (面從腹背) 의 무리, 윗사람의 나쁜 점을 시정토록 하기보다 널리 선전함으로써 자기의 득세를 꾀하는 것, 그리고 배신 (背信) 을 일삼아온 무리를 일컫는 말이다.

이에 반해 '육정' 이란 나라를 바르게 하는 데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람 또는 신하를 일컫는 말이다.

'육정' 의 첫째는 '성신 (聖臣)' 이다.

'성신' 이란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과 실천력이 뛰어난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둘째는 '양신 (良臣)' 이다.

마음을 비우고 몸가짐을 바로 하며 정성을 다해 봉사하고 공을 윗사람에게 돌리는 사람을 '양신' 이라고 부른다.

셋째는 '충신 (忠臣)' 이다.

오로지 나라를 위하는 일념으로 마음과 몸을 바치는 이를 일컫는다.

넷째는 '지신 (智臣)' 이다.

'지신' 이란 지혜로써 전화위복 (轉禍爲福) 시키고, 걱정과 근심을 덜게 해주는 신하를 뜻한다.

다섯째는 '정신 (貞臣)' .청렴결백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섯째는 '직신 (直臣)' 이다.

바른말을 하는 부하가 곧 '직신' 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보더라도 '육정' 이 있는 나라나 조직은 흥하고 '육사' 가 판치게 되면 그 나라나 조직은 망하게 마련이다.

한데 '육정' 과 '육사' 를 가리는 일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사 (邪)' 일수록 '정 (正)' 을 가장 (假裝)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가리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첫째는 윗사람의 마음과 눈이 바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언론이 바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기사가 흥미위주의 하마평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인식의 공유가 이 점에서도 강조돼야 할 것 같다.

이규행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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