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은행장단 대화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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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와 은행장단의 간담회는 시종 긴장감이 감돌았다.

金당선자는 30여분간이나 새 정부의 은행정책을 설명했고 은행장들은 발언내용을 메모하는 등 귀를 곤두세웠다.

특히 "매일 재경원을 통해 은행의 대출실적을 체크하겠다" 는 대목에선 한숨을 짓기도 했다.

다음은 대화록.

▶김용환 (金龍煥) 비상경제대책위대표 = IMF와의 3차회의를 통해 성장률.물가 등 경제지표를 재조정했다.

특히 한국은행의 본원통화공급량을 전년 대비 9%에서 14.9%로 증대시켜 여신 확대를 도모했다.

▶金당선자 = 금융권은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으로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은행이 주식 한 주 없는 정부에 의해 좌우돼 왔다.

금융권의 책임도 적지않다.

세계의 금융기관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구조개혁 등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결단코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을 것이다.

은행은 향후 다음에 유의해달라. IMF와의 협약을 철저히 지켜 국제신인도를 높이는데 협조해달라. 또 수출산업과 중소기업.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해달라. 돈을 벌어 빚을 갚아야 한다.

수출신용장 문제로 좋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 (BIS) 기준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해 달라. 금융기관 모두 너무 보신주의적이고 소극적이다.

대기업 체질개선을 유도해달라. 대기업들의 부실대출에 대해서는 억울한 점이 많겠지만 이를 정리해야 한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은행의 신세만 지는 기업은 더이상 용인될 수 없다.

은행 역시 세계일류수준으로 변모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입, IMF체제로 인해 은행들은 동지섣달 설한풍에 선 꼴이 됐다.

자구노력과 함께 인수.합병 등을 통한 대형화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장철훈 (張喆薰) 조흥은행장 = 공통애로사항은 고금리다.

BIS기준을 맞추려니 기업에 35~40% 이자율로 돈을 빌려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금리로는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다 쓰러진다.

BIS를 98년말로 늦춰달라.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 = 고금리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

8일 현재 외환보유고가 99억달러다.

한국은행에 의존하지 말고 은행들도 해외에 나가 직접 돈을 빌려야 한다.

▶서덕규 (徐德圭) 대구.박영수 (朴塋洙) 광주은행장 = 지방부도율이 중앙보다 2~3배 높다.

지방경제활성화에 주목해달라.

▶이관우 (李寬雨) 한일은행장 = 모든 기업이 자금회수공포증에 걸려있다.

어음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각 기업들의 해외차입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국내 금융기관들이 정보공유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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