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돈 받은 혐의 대부분 부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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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노무현 전 대통령이 25일 자신의 오랜 후원자였던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과의 돈 거래 혐의와 관련된 서면 답변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답변서는 이날 오후 3시30분 e-메일을 통해 검찰에 전달됐다. 원본은 26일 검찰에 전달될 예정이다.

답변서에는 대통령 재임 때와 퇴임 직후에 부인 권양숙 여사와 아들 노건호씨 등이 박 회장에게서 받은 600만 달러와 현금 3억원의 성격 등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이 담겼다.

답변서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사람 사는 세상)나 문재인 변호사(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통해 지금까지 밝힌 내용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6월 박 회장이 건넨 100만 달러는 아내가 나 몰래 빚을 갚기 위해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 22일 조카사위 연철호씨와 아들 노건호씨가 받은 500만 달러에 대해 “박 회장이 조카사위에게 투자한 돈이며 그 돈이 건너간 사실은 퇴임한 후에 알았다”고 밝혔다.

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06년 8월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3억원에 대해서는 “아내가 받아 쓴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권 여사는 이 돈을 자신이 받아 썼다고 밝혀 정 전 비서관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계기가 됐었다.

그러나 이후 수사에서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권 여사와 정 전 비서관이 말을 맞춰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이 건넨 100만 달러와 현금 3억원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쪽으로 거짓 진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이 2005~2007년 6차례에 걸쳐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린 것과 관련, 노 전 대통령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노 전 대통령 30일께 소환

노 전 대통령은 정씨가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직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는 “그 친구가 저를 위해 한 일인데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었다.

정씨는 검찰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을 위해 마련한 돈이지만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러나 정씨가 대통령이 쓰는 특수활동비를 사전에 보고하지 않고 빼돌렸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정씨를 추궁 중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소환되면 이 부분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노 전 대통령 측 문 변호사는 답변서 내용에 대해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온 수준의 질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서면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은 모두 담았다”고 전했다. 분량에 대해선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 소환을 앞두고 22일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의 일환이라며 A4 용지 7장 분량의 서면 질의서를 먼저 보냈다. 검찰은 질의서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문제의 600만 달러를 박 회장에게 달라고 직접 요구했는지 등 50여 가지 사항을 질의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루에 마치기 위해 고심하다 찾아낸 방책이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이인규)는 이날 제출된 서면 답변서 내용을 검토한 뒤 노 전 대통령에게 검찰 소환 날짜를 통보할 계획이다. 소환 날짜는 재·보궐 선거(29일) 직후인 30일이나 다음달 1일께가 유력하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낸 답변서는 대부분 언론에 공개됐던 사안들에 대한 입장이 담겨 있는 것”이라며 “직접 소환조사할 때 추궁할 내용이 따로 있으며 밋밋한 답변서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 혐의를 적용키로 하고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조강수·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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