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토에서 벚꽃터널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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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03면

‘세상은 3일 만에 보는 사쿠라와 같다’는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짧은 시간 만개하고 사라지는, 강렬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 봄철이면 일본 전역이 들썩인다. 일본의 봄은 벚꽃놀이로 통하는 하나미(花見)이며 이 하나미는 곧 일본 봄 문화의 정수다. 그리고 이 하나미 중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장소가 있으니 그곳이 바로 아키타현의 가쿠노다테(角館)다. 아키타 관련 자세한 문의는 아키타현 서울사무소(02-771-6191∼2, www.beautifuljapan.or.kr)를 통해 할 수 있다.

아키타의 하나미

가쿠노다테의 중세 벚꽃놀이
‘동북지방의 작은 교토’라 불리는 가쿠노다테는 일본 사무라이 마을 중에서도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마을로 유명하다. 대략 400년 역사의 도시로 현재 부케야시키거리(武家屋敷通) 주변으로 이시구로·아오야기·이와하시 가문 등의 저택이 남아 있어 중세 사무라이의 정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일본 각지의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가쿠노다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봄철이다. 일본 벚나무의 대표 품종인 ‘소메이요시노’와 달리 가지가 축축 늘어지는 ‘시다레자쿠라’가 만개하면 짙은 분홍빛과 검은 담벼락이 대비를 이루며 에도시대 한복판에서 벚꽃놀이를 즐기는 것 같은 운치를 선사한다. 주변 히노키나이 강의 벚꽃 터널도 빠질 수 없는 명소. 400여 그루의 벚나무가 만들어낸 벚꽃 터널의 장관은 일본 동북지방 최대 규모로 빨리 걷는 것이 아까울 정도의 감동을 선사한다.

센슈공원의 요자쿠라
혹자들은 일본 하나미의 모든 것을 보고 싶다면 요자쿠라를 경험해 보라고 한다. 요자쿠라란 아침에 시작된 벚꽃놀이가 저녁까지 이어진 것으로 남에게 피해 주기를 싫어하며 매사 조심조심 행동하는 일본인의 면모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단 요자쿠라를 위해서는 돗자리가 필수다. 도시의 공원에는 만개한 벚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가족·친구, 회사를 비롯한 여러 단체의 연회와 파티가 밤까지 이어지는데 자리 경쟁이 치열하여 텐트를 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학 신입생들은 ‘잇키(원샷)’ 선동에 취하기 일쑤며 여기저기 구호와 노랫소리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때만큼은 일본 사람들도 과감하고 관대해진다고 하는데 도가 지나쳐 싸움도 일어나 경찰들은 봄철만 되면 비상근무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마디로 요자쿠라는 일본의 요지경 세상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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