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거물’들도 잠 못 이루는 재·보선 이곳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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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표는 없는가.”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24일 전주를 돌면서 한 말이다. 그로선 마지막 전주행이다. 4·29 재·보선까지 남은 기간엔 인천 부평을과 경주, 울산 북에 몰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날 박 대표의 전주행엔 이상득 의원이 동행했다.

“민주당을 믿어 달라.”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도 인천 부평을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노인정에서 큰절을 하는 등 마치 자신의 선거처럼 뛰었다.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민주당의 전신) 대표도 부평을과 시흥을 찾았다.

재·보선일이 가까워지며 정치 거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의 전략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박희태 대표에겐 부평을이 중요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여야의 정면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부평을에서 이긴다면 당 대표로서 체면치레를 하는 셈이 된다. 정세균 대표도 같은 처지다. 그가 붙박이처럼 부평을에 머무는 이유다. 정 대표에겐 전주 완산갑도 놓칠 수 없는 승부처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무소속 신건 후보를 지원해 당선시킨다면 야권의 역학 구도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완산갑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이해도 걸렸다. DJ가 14년 만에 고향인 전남 하의도를 찾는 등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경주가 복잡하다. 선거운동 기간 경주에 단 한 걸음도 들여놓지 않은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이 주인공. 친박을 내세운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당선되면 영남권에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재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가까운 이상득 의원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야당 지도부의 민감한 이해가 걸린 전주와 달리 경주에선 (정종복 후보가 져도) 여당 지도부에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홍준표 원내대표)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정종복 후보가 이기면 친이 주류 진영은 안도할 것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연일 부평을과 시흥시장 보선 현장을 누빈다. 벌써 민주당 내에선 “당이 어려운 시기에 손 전 대표가 복귀해 매우 든든하다”(이미경 사무총장)는 얘기가 나온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도 ‘유공자’ 대열에 낄 수 있는 후보다. 만일 노동계의 입김이 센 울산북이나 부평을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박 전 대표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웠다는 평가를 들을 수도 있을 것”이란 게 당 안팎의 얘기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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