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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9회말 2사 만루, 11구째 승부 … 봄비도 뜨거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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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촉촉한 봄비 속에 고교야구 최고 축제가 막을 올렸다. 2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개막전에서 2회초 충암고 김우재가 안승환의 중전 안타 때 서울고 포수의 태그를 피해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첫 경기부터 고교 야구다운 예측불허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충암고가 2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3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개막전에서 서울고에 4-3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황금사자기 우승으로 2009년을 시작했던 충암고는 2007년 대통령배 준우승팀인 난적 서울고를 제물 삼아 기분 좋은 첫걸음을 내디뎠다.

“4강전이 미리 열렸다”는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의 말처럼 이날 경기는 9회 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서울고는 1-4로 뒤진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매서운 반격을 가했다. 7회부터 구원 등판한 충암고 에이스 문성현의 갑작스러운 제구력 난조를 틈타 서울고는 김동빈과 최유진, 유성찬이 모두 볼넷으로 출루해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이어 유강남의 우전안타로 한 점을 따낸 뒤 이찬기가 차분하게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 3-4 한 점 차까지 추격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잠시 마운드를 벗어나 마음을 가다듬은 문성현은 앞선 네 타석에서 두 차례 안타를 때린 김재곤과 맞섰다. 김재곤은 볼카운트 2-1에서 볼 두 개를 얻어 승부를 풀카운트까지 끌고 갔다. 이후 다섯 개의 공을 모두 파울 라인 밖으로 보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11구째, 문성현의 슬라이더에 방망이가 헛돌았다. 역전을 꿈꾸던 서울고는 고개를 숙였고, 충암고 선수들은 마운드 근처로 달려와 힘겨운 승부를 삼진으로 마감한 문성현을 격려했다.


충암고는 2회 초 김우재의 몸에 맞는 볼과 김기남의 볼넷으로 기회를 잡은 뒤 안승환이 중전안타로 선제 결승타점을 기록했다. 이어진 1사 1·2루에서 김동환이 중견수 쪽 2루타를 쳐내 추가점을 얻었다. 6회에는 상대 2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문찬종이 김우재의 희생번트로 2루에 도달한 뒤 문성현의 중전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7회 서울고가 한 점을 뽑자 곧 이은 8회 초 구황이 우전안타를 쳐낸 후 상대 투수 임정우의 연이은 폭투로 득점하며 스코어를 4-1로 벌렸다.

서울고는 7회 최현철의 3루타와 최유진의 우전 적시타로 첫 득점하며 막판에 힘을 냈다. 그러나 “참가 학교 중 가장 안정된 마운드를 자랑한다”는 충암고는 상대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를 지켜냈다.

이영복 충암고 감독은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선수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은 점은 높이 사고 싶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 뒤 “문성현이 경기 막판 흔들렸지만 에이스 역할을 해 주리라 믿었고, 한 점을 잘 지켜줬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어 “눈앞에 강팀들이 또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충암고는 27일 오후 3시30분 공주고와 16강전을 치른다.

한편 광주일고-제주고, 휘문고-대전고 경기는 우천으로 하루씩 순연돼 25일 벌어진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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