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동 '루디아의 집'…여성안마사들 같은 처지 시각장애노인 돌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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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비록 앞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만은 행복해요. " 서울송파구오금동 성내천변 허름한 건물 3층에 문을 연 '루디아의 집' .겉모습은 보잘 것 없지만 의지할 곳 없는 60~70대 시각장애노인 10명에게 주어진 최상의 연말선물이다.

자신들처럼 앞 못보는 수십명의 이름모를 여성안마사들이 지난 25년여동안 틈틈이 돈을 모아 마련해준 탓인지 집안의 분위기가 IMF한파도 녹일만큼 따뜻하다.

시각장애 여성안마사 20명이 '우리처럼 앞못보며 갈 곳없어 애태우는 노인분들을 우리가 모시자' 고 뜻을 모은 건 지난 73년. 매달 1천원씩 기금을 적립하면서 '루디아의 집' 건설을 구상하자 회원도 70여명으로 늘어났고 소식을 전해들은 한 안과의사가 1천만원을 희사해 모인 돈이 모두 3천1백만원. 지난 89년 드디어 송파구문정동에 꿈에도 그리던 전셋집을 장만하고 시각장애 무의탁 노인 10명을 한 가정에 모시게 됐다.

사랑의 보금자리를 꾸려나가고 있는 원장직은 모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하다 어느날 갑자기 실명한 뒤 천직을 선교사로 바꾼 서천석 (徐泉錫.59.여) 씨가 맡고 있다.

徐원장은 "지금도 안마사들이 푼돈 모아 보내주는 생활보조비와 이름없는 30여명 후원자들의 정성으로 겨우 꾸려가고 있다" 며 "더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지만 공간이 좁아 어쩔 수 없는 게 가장 안타깝다" 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가장 큰 즐거움은 인근 교회.직장에서 일주일에 한두번씩 나오는 '산책봉사' 로 그들과 함께 세상공기를 맡는 것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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