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손학규를 ‘시흥’으로 불러들인 그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경기도 시흥시장 선거는 여야의 4·29 재·보선 성적표의 두 번째 항목에 올라 있다. 재·보선이 경주와 전주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내전 양상을 띠면서 양당은 인천 부평을 못지않게 시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력이 집중되면서 펼쳐지는 대리전이 볼거리다. 한나라당 노용수 후보(사진左)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민주당 김윤식 후보(右)는 전 경기도지사인 손학규 전 대표를 등 뒤에 두고 있다.

김 지사의 비서실장을 지낸 노 후보는 김 지사와의 20년 인연을 내세우는 게 핵심 득표 전략이다. 곧 내걸겠다는 플래카드엔 ‘이김노 패밀리가 떴다’고 쓸 정도다. ‘이김노’는 이명박 대통령, 김 지사, 노 후보의 성을 이어 붙인 말이다.

15일 노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선 박희태 대표가 “노 후보는 ‘작은 문수’”라며 “노 후보를 뽑는 것은 바로 시흥시의 작은 문수, 작은 도지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김 지사를 1990년대 민중당 시절부터 따랐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도 김 지사의 힘이 작용했다는 전언이 있다. 선거대책본부장도 김 지사 사람인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맡고 있다. 김 지사는 공무원 신분이라 선거 지원에 나서진 못한다. 차 의원은 “등산이라도 한번 다녀 가시라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4·29 재·보선 시흥시장 선거가 전·현직 경기지사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김문수 지사 비서실장 출신 노용수 후보와 함께 시흥의 한 병원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 사진). 민주당 김윤식 후보를 지원 나온 손학규 전 지사도 23일 시흥에 있는 작은자리 종합복지관에서 다문화가정 엄마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 지사는 공무원 신분이라 선거유세를 할 수 없다. [연합뉴스]


김 후보와 손 전 대표의 고리는 ‘빈민운동의 대부’로 불렸던 고 제정구 전 의원이다. 손 전 대표는 70년대 제 전 의원과 함께 청계천 일대에서 빈민운동을 함께했다. 99년 제 전 의원이 숨을 거둔 뒤 그를 따랐던 이들이 손 전 대표에게 시흥 보궐선거 출마를 권유했던 일도 있다. 당시 손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해 미국에 체류 중이었다. 김 후보는 80년대 학생운동으로 수배됐을 때 제 전 의원에게 몸을 기댄 인연으로 그의 비서로도 일했다. 3일째 김 후보 지원에 나선 손 전 대표는 신천동의 ‘작은자리’ 종합사회복지관부터 찾았다. 77년 철거민들을 시흥에 정착시킨 제 전 의원이 세운 사회복지법인 ‘복음자리’가 운영하는 시설이다. 그는 주민들에게 “김 후보는 제정구 선생의 철학을 현장에서 몸으로 배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임장혁 기자

▶ 4.29 재·보선 섹션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