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신춘문예]평론 당선소감…김미영 "현실의 생명력 나누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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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90년대 중반에 맞은 서른의 고비에서 나는 어떤 화려한 논리나 문학적 상징보다 삶의 실제들은 버겁지만 소중한 것이며, 남루하지만 경건한 것임을 깨달았다.

막연히 문학이 삶에 혜안을 주리라 여겼던 유년기와, 그것이 현실에 대한 차선의 실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청년기를 거쳐오면서 나는, 현실은 문학보다 훨씬 다면적이며, 불합리와 내밀한 욕망들로 갈등하는 인간들의 숲이고, 관계들의 불타는 벌판임을 알았다.

이제 나는 하나의 논리나 작품으로는 그 다층적이고 복잡한 현실의 핵심에 단번에 육박해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너무나 다르면서도 인간이란 하나의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존재들, 그 숲의 꿈틀거림, 그 다채로움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눈뜬다.

그럴수록 거기서부터 새어나오는 아지랑이 같은 것들, 말들, 이미지들의 가치는 새삼 간절하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서만이 현실의 실체에로, 그 진실의 한자락에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이제, 말과 이미지의 숲을 통해, 그 너머 인간의 숲과 따뜻하게 교응하고 싶다.

숲의 생명력과 가능성을 찾아내어 나누고 싶다.

미흡한 글을 선해주신 심사위원들과 항상 격려해주는 양가부모님을 비롯한 가족과 동료들, 그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사랑을 전한다.

정진하겠다.

김미영 약력

▶1965년 부산출생

▶88년 서울대 국문학과 졸업

▶97년 同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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