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한국위기에 신경…성장모델에 회의 수출대책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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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 정부가 요즘 한국 금융위기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경제부처는 물론 재정.금융과 관계된 기관들 모두 시시각각 한국 안팎의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외신을 통해 들어오는 서방국들의 움직임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집약된다.

우선 한국의 위기가 중국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경제적 분석이다.

동남아에 이어 한국을 강타한 금융위기로 이들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함에 따라 수출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수출경쟁국인 태국.인도네시아.한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수출분야가 받게 될 타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또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원용한 데 따른 경각심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95년 한국을 방문했던 장쩌민 (江澤民) 주석이 "대기업 육성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 경제를 철저히 연구해 이를 중국 경제에 도입하라" 는 특별지시를 내린 뒤 30여만개에 이르는 중.대형 국유기업을 개혁하되 그중 1천개를 대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위기가 금융산업 부실과 대기업 분야에서 초래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금융체계 역시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거니와 적자 국유기업에 대한 대출 중 상당액이 부실화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위기를 어떻게 관리하고 극복해 나가는지 주시하는 것은 중국과 직접적 연관이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내부적으로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목은 경제외적 측면이다.

한국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우방인 미국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한국 지원에 나서려던 일본이 갑자기 주춤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홍콩 주가가 뚜렷한 이유 없이 폭락했던 이상 (異常) 현상은 결국 중국을 겨냥한 국제적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베이징 = 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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