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류 보고서]북한정세(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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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 김정일이 국가주석에 올라 본격적인 김정일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경제난 완화를 위해 새로운 조치를 내놓는 한편 미.일과의 관계개선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결속을 위해 대남 적대정책은 지속할 것이나 고질적 식량난은 사회질서의 이완과 전반적 체제불안 요인으로 상존할 전망이다.

◇ 정치동향

지난해 김정일이 당총비서에 추대돼 북한은 최고사령관이 통치하는 변칙적 통치행태를 종결하고 정상체제로 환원됐다.

김정일은 정권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충성파를 상승이동시킬 전망이다.

측근들이 당비서.당부장직 등을 맡아 전면에 나서고 혁명 1세대들은 일선정치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당총비서.군최고사령관.당중앙군사위원장 겸직 조항을 제정하는 등 당과 군부를 직접 지휘통솔하는 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그는 4월께로 예상되는 제10기 최고인민회의 선거를 통해 주석직에 추대될 것으로 보인다.

10월께엔 80년 이래 한번도 열지 않았던 당대회를 열어 제4차 7개년 경제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 경제동향

북한 경제체제의 구조적 모순과 수해복구 지체로 경제난이 해소되기 어렵고 암시장 성행.노동의욕 감퇴.직장이탈 등이 심화될 것이다.

체제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시장경제원리 도입 등 부분적으로 정책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부문 경제의 확산을 묵인하고 농업부문에서 분조 계약제와 텃밭 범위의 확대.농민시장 활성화 등 개혁을 실시할 것이다.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를 활성화하고 원산.남포를 보세가공지대로 지정하는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대 관광지구' 의 본격개발 등 외화획득이 용이한 관광산업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 대외정책

미.일에 대한 외교역량을 집중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 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에 따라 핵동결을 준수하는 대가로 미국에 경제제재 추가완화 및 식량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4자회담 본회담에서는 남북 당국간 대화보다 대미 관계 개선에 치중할 것이다.

북.중 관계는 강화될 전망이다.

올 3월 중국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등장하면 김정일이 국가주석 승계후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일본과는 연초 북송 일본인처 2진 방일과 함께 정부간 수교교섭이 재개될 것이다.

그러나 배상문제와 일본인 납치의혹 등 난제가 많아 수교문제가 단시일에 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은 외교적.군사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관계복원도 추진할 것이다.

러시아도 동북아에서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을 재평가하고 있어 북.러 관계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 대남자세

올해도 정경분리 대남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남한당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지속하는 한편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 민간단체들과 개별접촉을 강화해 정부와 민간단체간 이간을 조장할 것이다.

경수로 건설사업을 위한 한국근로자들의 방북, 식량지원을 위한 적십자회담 및 민간단체들과의 접촉, 임가공무역 확대 및 대북 투자유치를 위한 남한 기업인의 방북에 대해 문호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IMF체제하에서 실업문제로 사회불안이 예상되는 상황에 편승, 남한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통일전선전술을 강화할 것이다.

IMF사태를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기회로 삼아 대남공세 및 대내 체제정당성 강화에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 = 김성진.신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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