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난기류속 모험기업들 탈출구…전문가가 관리하는 공공벤처 설립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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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건인은 위성방송용 셋톱박스와 수신기를 싼값에 생산, 이를 납품받는 대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벤처기업의 전형이다.

그러나 이같은 벤처기업들의 상당수가 최근 IMF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음이 돌지 않는데다 은행은 자기자본 비율을 지키기 위해 대출금 조기상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1백억원대가 넘는 벤처기업은 수입 부품값이 폭등하고 자금을 못 구해 수출선이 끊어질 판이다.

경북대 경영학과 이장우 (李章雨) 교수는 "벤처기업의 육성이 바람직하지만 당장 올 한해 살아남는 게 과제다.

정부는 자금.정보 등에서 확실한 생존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고 밝혔다.

생존 프로그램의 하나로 지난주 사업계획이 확정된 전국 6개 지역 테크노파크의 입주기업 선정을 서둘러 벤처기업의 활동공간을 속히 확보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개인의 투자금을 모아 정부가 일정 혜택을 주고 공인된 전문가가 이를 관리하는 공공벤처의 설립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각종 기금의 조기 집행도 거론되고 있다.

터보테크 장흥순 (張興淳) 사장은 "올해 확정된 예산을 빨리 집행해 벤처기업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

해외진출도 모색해 볼만하다.

환율이 1천3백원이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어 실리콘밸리 등에서 기술.자본을 끌어 들일만하다는 것이다.

한국형 벤처 모델의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국내 벤처기업은 미국처럼 시장이 크지 않아 사업기반을 갖기까지 많은 투자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보.인맥등 사업외 요소에 매달려 돈을 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민호·이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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