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도 환율폭등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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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율폭등이 소비자 장바구니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과거 경험상 환율이 오르면 2~3개월 후부터 물가가 뒤따라 올랐다.

그러나 요즘은 환율이 단기간에 워낙 가파르게 치솟다보니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시차 (時差)가 더욱 짧아졌다.

연말을 넘기기도 전에 이미 물가에는 분명한 적신호가 켜졌다.

우리 산업구조는 수입원자재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환율상승은 금방 기업의 제조원가를 끌어올린다.

현재 국내 제조업체의 수입원자재 의존도는 23.9%.일본의 9.2%, 대만의 16%에 비하면 무척 높은 편이다.

지난해 연말에는 특히 유가 (油價) 의 비중이 큰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는데 이는 새해에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같은 통화위기를 겪고 있는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서도 인플레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농업생산이 풍부한데다 기후조건상 에너지소비가 많지 않아 인플레를 견딜 여지가 많다.

반면 우리의 경우 월동용 에너지.군수물자 등 반드시 들여와야 할 물량이 많아 인플레가 주는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소비자물가가 오르면 다음엔 부동산값이 뛰고 뒤이어 임금이 또 한단계 높아지는 악순환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불황에다 통화긴축으로 오히려 임금이 깎이고, 부동산값이 빠지는 자산 디플레 현상이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소비자들은 물가상승의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질 수밖에 없다.

임금소득의 감소를 자산소득 증가로 메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들어 물가상승압력을 일부 완충시켜줄 수는 있다.

또 새 정부도 과거처럼 행정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물가단속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 닥친 물가상승은 환율 등 외부요인으로 원가 (原價) 상승이 나타난데 따른 것이라 수요감소나 행정지도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은행 서울지점의 한 관계자는 "환율과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이 본격적으로 가격에 전가되는 내년 2~3월부터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가공할만한 인플레가 닥쳐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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