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책사랑] 사업가 변신 귀화독일인 이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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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바보 상자’라며 텔레비전을 못보게 하셨어요. 할 수 없이 저녁마다 책을 읽은 덕분에 독서가 습관이 돼 버렸지요.”

친구들이 TV 프로그램으로 이야기꽃을 피울 때면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다며 이참(50)씨는 너털웃음을 짓는다. 드라마 ‘딸부잣집’ 등에 출연, ‘귀화 독일인 이한우’로 대중에게 알려진 그는 2000년 사업가로 변신해 유럽 진출 전문 컨설팅업체와 와인 수입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경영인답게 정갑영의 『열보다 더 큰 아홉』과 정혜원의『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유한 킴벌리』 등 경제·경영서를 최근 읽은 책으로 꼽는다. 와인 관련 서적은 늘 탐독하며, 수시로 맡는 초청 강연 주제에 맞춰 다독(多讀)한다. 필요한 것만 쏙쏙 뽑아읽는 독서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다.

독일어와 한국어 외에도 프랑스어·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로 된 책을 다양하게 읽는다. 번역서 대신 원서를 읽는 것이다. 그래서 사업 때문에 1년에 10회 이상 가는 유럽 출장은 ‘책 쇼핑 여행’이기도 하다. 일정에 쫓기면 공항 서점에서라도 꼭 구입한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는 독서로 시간을 보낸다.

“인터넷? 어휴, 책값보다 운송료가 더 드는걸요. 제가 들고 오면 공짠데….”

요즘은 중·고등학생인 아들·딸의 책까지 부탁받아 사오느라 정작 자신의 책은 많이 못산다며 즐거운 비명이다.

“독일은 거의 모든 가정이 북클럽에 가입해 있어요. 한달에 한두권은 새로운 책이 집으로 오니까 자동적으로 독서를 하게 되는 거지요.”

독일의 책 문화를 묻는 기자에게 답변을 해주면서도 “나는 한국인”이라고 이참씨는 말한다. 한국에 온 지 26년, 한국인 부인과 결혼한 지 22년, 귀화한 지 18년이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한국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한우(韓佑)’라는 이름을 새천년을 맞아 ‘참(參)’으로 바꿨죠. 이젠 나 스스로가 참다운 한국인으로서 사회에 참여하겠다고요.”

이규태의 『한국인의 의식구조』시리즈를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본다는 그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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