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박은희 서울교육극단 대표 인터뷰(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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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교육극단의 박은희 (44) 대표는 아직 국내에 생소한 교육연극 분야의 거의 독보적인 '전도사' 다.

지난 92년 2월 5년간 뉴욕대 대학원에서 교육연극을 공부하고 돌아와 서울교육극단을 창단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박씨에게 6년에 가까운 세월은 '외로운 투쟁의 역사' 바로 그것이었다.

“교육부에 가서 교육연극에 관해 침이 마르도록 설명하고 돌아서면 답은 언제나 하나뿐이었어요. 늘 '선생님과 같은 분이 많이 나타나면 가능하다' 는 거였죠. 그만큼 교육의 본령 (本領) 을 외면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자괴감에 빠지곤 했습니다.”

박씨는 늘 이같은 현실적인 '벽' 때문에 좌절이 많았다.

특히 요즘 '열린교육' 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면서도,가장 핵심적 방법론이랄 수 있는 교육연극에 대한 몰이해는 한심스러울 지경이어서 박씨의 안타까움은 더하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몰이해' 의 가장 큰 원인중 하나는 용어의 혼동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극단을 내세운 극단이 창단되는 등 활성화의 길이 열리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기존의 아동극을 반복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용어의 남용이 교육연극의 올바른 길을 가로막는 장애가 됩니다.”

박씨가 정의하는 교육연극의 핵심은 '연극만들기' 를 통한 '사회인 만들기' 다.

연극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연극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자의식의 형성, 남에 대한 배려 등 한 인간을 건전한 사회인으로 키우기 위한 인성 (人性) 을 길러 주는 일이다.

“교육연극의 여러 방법론을 '말' 로 설명하기는 그리 쉽지 않아요. 그만큼 현장 실습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워크숍의 활성화가 절대적입니다.

우리 실정에 맞는 교습법과 비디오자료의 개발, 워크숍 지원 등이 관계당국의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만 할 때 입니다.”

박씨는 '연극만들기' 자체가 하나의 사회화 과정이기 때문에 교육연극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동안 박씨는 국내 최초의 교육연극 공연 '샌드위치 변주곡' (94년) 을 제작.구성.연출했다.

교육연극 뿐만 아니라 일반 연극의 연출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견이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충주 MBC PD를 거치는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갖췄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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