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론]시련 이겨낼 새 비젼 고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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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다사다난했던 정축 (丁丑) 년이 저물면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IMF에 매달리게 된 한국경제는 정치에 대한 애증을 곱새기며 새로운 정권에 무겁디 무거운 책무를 부과하고 있다.

즉 근면성실한 사람이 성공하고 공명정대가 존중되는 사회, 국가안보에 철저하고 외교에 능란한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

기업활동에 자율을 보장하고 실추된 국가신용을 복구하는 일도 새 정부의 책무다.

아울러 물가.고용 안정과 빈부.세대간 갈등의 해소역시 시급하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도자는 남북통일과 동서화합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부.기업.국민이 역할을 분담하도록 해야 한다.

모두가 하늘이 돕고 국민이 따르지 않으면 않되는 난제들이다.

우리는 경제 파국의 경제 외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성찰해야 한다.

도덕 붕괴와 인간상실, 불신과 부실, 허장성세와 부정부패는 경제를 좀먹는 사회악이다.

우리는 각자의 허물을 들춰내 자신의 오만과 태만, 무능과 타성, 반목과 질시 등 원죄를 참회하고 거듭 태어나는 절차탁마 (切磋琢磨) 를 해야 한다.

지난 30년대에 미국 국민은 대공황의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나는 먼저 나 자신의 신념을 피력한다.

지금은 모든 진실을 솔직하고 겸허하게 밝혀야 할 때다.

퇴조하는 국력을 부흥시키려는 의지를 약화시키는, 막연하고 감흥적인 당찮은 두려움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 역사의 위기마다 솔직한 지도자는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어 결단력을 발휘했다.

오늘의 위기에서 국민 여러분이 지도자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줄 것을 나는 확신한다" 고 역설했다.

그는 또 "모든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졌다.

세금은 늘고 지불능력은 줄고 있다.

연방.주.지방정부 등의 세수가 격감했다.

기업은 교환수단의 흐름이 동결돼 도처에서 도산하고 있다.

농민들은 생산물을 내다팔 시장을 잃고 가정마다 저축이 바닥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량 실업자들이 생계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 열변했다.

루즈벨트는 금융업계에도 책임을 추궁하고 비전도 없이 안일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던 관료들을 규탄했다.

“비전이 없는 곳에는 삶의 보람이 없다.

당장 결단성있는 행동에 들어가자. ” 루즈벨트는 뉴딜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적이 침입했을 때 주어지는 강력하고 광범위한 행정권을 의회와 국민에게 요구했고 미국 국민은 그 권한을 부여했다.

뉴딜정책이 대공황을 극복했지만 순탄하게 집행된 것만은 물론 아니다.

취임 2년이 되도록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보수세력의 저항에 부딪쳤고 빈곤층의 불만이 팽배했다.

그는 35년 연두교서에서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재천명했다.

집권 초기 3년간 노사화합에 진력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정치에는 반대세력도 있어야 함을 깨닫고 루즈벨트는 이해가 상반된 집단들을 포용하는데 결국 성공했다.

지도자는 중용의 고독을 생활화해야 하고 세속적인 인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위기에 처한 지도자는 외롭고 괴로운 결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사심이 없는 지도자는 하늘이 돕고 국민이 따른다.

하늘은 결코 감내하지 못할 시련은 주지 않는다.

서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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