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국민과 ‘편지 소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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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1월 20일, 테네시주 파이크빌에 거주하는 마이클 파워스는 백악관에 편지를 보냈다. 그는 TV에서 오바마의 딸 말리아와 사샤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30년 전 폐암으로 사망한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는 아버지의 사진을 편지에 동봉하며 이렇게 적었다. “내 아버지는 하루에 담배 세 갑을 피웠다. 대통령이 항상 딸과 함께 있기를 바란다면 지금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파워스는 오바마의 답장을 받았다. 오바마는 “훌륭한 편지였고 좋은 충고였다”며 “나는 당신의 아버지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에겐 소중한 것일 테니까 사진은 돌려보낸다”고 했다. 펜실베이니아주 스튜어트 스톤에 사는 신시아 아널드도 오바마 취임식 직후 군인으로서 중동에 파견될 아들의 얘기가 담긴 편지를 백악관에 보냈다. 그는 “해외에 파견되는 군대 문제를 (대통령 업무의) 우선순위에 놓아 달라”고 호소했다. 몇 주 후 아널드는 오바마의 답신을 받았다. 거기엔 “매튜와 같은 군인들의 문제를 최우선순위로 삼을 것이다. 아들에게 ‘복무에 감사한다’고 전해 달라. 군통수권자로부터”라고 적혀 있었다. 오바마는 매일 국민의 편지 10개를 읽는다고 한다. 백악관에 접수되는 하루 수만 통의 편지나 e-메일 중 마이크 켈러 공보국장이 골라 대통령 집무실로 보낸 편지를 읽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답장을 한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20일 전했다. 켈러는 “주로 불편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대통령에게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편지엔 ‘선거 때 당신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것도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의 핵심 참모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한번은 대통령이 편지를 읽은 다음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영문을 물었더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고통받는 미국 가정이 보낸 편지였다”고 덧붙였다. NYT는 “오바마가 읽는 편지는 백악관과 국민의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그의 편지 읽기는 백악관의 거품을 극복하고 국민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도했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대통령은 종종 참모들에게 ‘노(No)’라고 말하면서 ‘내게 온 편지를 읽고 이해하라’라고 한다”며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가혹한 신문 기법 안 돼”=오바마는 20일 중앙정보국(CIA) 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정권에서 테러 용의자들을 신문할 때 사용한 물 붓기 등 가혹한 기법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테러 용의자들의 인권을 무시한 신문 기법이 담긴 CIA 메모를 공개하도록 한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CIA 요원의 경우 등 뒤로 한 손이 묶인 채 일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국가 안보를 위하는 일과 인권·법치주의 가치를 지키는 일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CIA가 오류를 저지른 건 시인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다”며 “과거 물고문 등의 기법을 이용해 가혹한 신문을 한 요원들을 검찰에 기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 '황금열쇠 6돈,넷북,아이팟터치,상품권이 와르르…' 2009 조인스 개편 이벤트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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