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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펙 어떠세요?] 고3 여학생 4명, 이화여대 입학사정관에게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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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용화여고에 재학 중인 네 명의 학생이 이화여대 특수재능우수자 전형에 가상 지원했다. 이 중 한 학생은 고교 생활 내내 1등급대의 내신성적을 유지했다. 나머지 세 명은 패션디자인 분야와 논술·토론 분야,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갖고, 실적을 쌓았다. 서류평가를 거쳐 지난 16일 실시된 모의면접 결과는 ‘교과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아무래도 유리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깼다. 이날 면접에 참여한 이승준(45·전자공학부 교수) 입학처 관리부처장과 안정희(41·여)·배성아(35·여) 선임 입학사정관은 최상위권 내신성적을 확보한 학생에게 “1단계 서류 통과 가능성도 낮다”는 의외의 평가를 내렸다.

최석호 기자

범례 ①내신성적 수상 실적임원 경력 특이사항 봉사 시간 장래 희망 ⑦평가평가

학업능력우수자 전형 지원을

박지혜(18·용화여고 3)
사회학과 지원

1.45등급 교내상- 2008·2009년 교과우수상 / 교외상- 2008년 전국고교 토론논술대회 은상없음 2학년 성적 13과목 중 10과목 1등급(나머지 3과목 2등급), 사회학과 졸업 후 중·고교 교사가 되겠다는 진로계획 뚜렷 86시간 교사 평가“내신성적이 훌륭합니다. 꼼꼼함과 집중력으로 1등급대의 내신성적을 유지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어떤 교사가 되겠는지, 목표가 뚜렷한 점도 눈에 띕니다. 그러나 내신성적 우수는 특수재능이 아닙니다. 학업능력우수자 전형을 노려보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특별한 재능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사정관들의 첫 질문이었다.

박양은 고교생활 내내 1등급대의 내신성적을 유지했다. 그는 “집중력이 좋고, 세밀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재능”이라고 답했다. 고2 때는 13개 과목 중 10개 과목이 모두 1등급일 정도로 내신에서 강점을 보였다. 그러나 배성아 사정관은 “내신성적은 특수재능이라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내신성적만으로 특수재능우수자 전형에 합격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1등급인 학생도 특별한 재능이 없으면 1단계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학업능력우수자 전형에 지원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 교사인 부모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교사를 향한 꿈을 키웠고, 사회학을 전공한 뒤 교직 이수를 통해 중·고교 사회교사로 활동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졌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 사정관은 “면접은 정해진 답이 없다. 목표를 향한 구체적인 실현 과정을 말하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패션분야의 관심 입증하라

이주현(19·용화여고 3)
의류학과 지원

7.12등급 없음없음 초6~고2 미국 거주(고2 2학기 용화여고 편입학), 미 고교 재학 중 D.E.C.A 클럽(패션동아리) 멤버로 패션쇼 다수 관람, 패션 관련 과목 수강(디자인 및 의류스케치), 2007·2008년 교내(미국 Kellam고) 패션쇼 코디도우미 및 모델로 활동 17시간 패션 디자이너 평가“패션 디자인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학생부와 포트폴리오 등에 그런 관심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습니다. 면접에서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자료를 보완하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를 다시 해보세요.”

이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고등학생이던 오빠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해 8월 귀국했다. 그 덕분에 영어 말하기 실력은 뛰어나나 고교 2학년 2학기 내신이 좋지 않았다. 미국 고교 생활 도중 패션디자인 분야에 관심을 가진 뒤 각종 패션쇼와 세미나에 참가해 경험을 쌓았다. 실제 패션쇼에서 코디도우미와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부처장은 “학생부에서는 이양이 패션 분야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면접 전 포트폴리오를 제출했으나 활동기록에 관한 증명서만 있을 뿐 작품을 만들거나 패션쇼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 등은 기록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배 사정관은 “서류에서 재능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학생은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면제해 준다”며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열정을 보여주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조언했다. 사정관들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관심 분야에 대해 꾸준히 노력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수재능’ 맞는 수상실적 부족

유이정(18·용화여고 3)
언론홍보학부 지원

2.37등급 2007년 통일안보 글짓기대회 우수상, 전국 논술토론광장 토론대회 우수상, 사이버 통합논술 경시대회 동상2학년 1학기 학급부회장 신상중 최초 여자 전교회장 역임, 교내외 축제에서 MC로 활동, 1학년 성적에 비해 2학년 성적 하락 154시간(한국시민사회봉사회 활동) 아나운서 평가“학생부나 자기소개서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드러낸 학생입니다. 그러나 토론·논술을 강점으로 특수재능우수자 전형에 지원하기엔 지난해 합격생들에 비해 실적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자신에게 더 맞는 전형이 있을 겁니다. 고민해 보세요.”

유양의 무기는 토론·논술대회 수상 실적이다. 2007년부터 줄곧 교외 수상 실적이 있다. 면접 전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도 ‘다양한 글쓰기 경험을 살려 언론홍보학을 전공하고 싶다’며 경험과 자신의 꿈을 연결시켰다.

안 사정관은 “학생부나 자기소개서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드러낸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수상 실적에서 문제점이 지적됐다. 배 사정관은 “대회 규모(교내대회→시·군 대회→전국대회→국제대회)와 경쟁률을 고려해 수상 실적 점수를 차등 부여한다”며 “특수재능우수자 전형으로 합격하기엔 전국 단위 수상 실적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유양은 면접 과정에서 “신상중 최초로 여자 전교회장을 지냈다”며 중학교 경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정관들은 “리더십 분야는 중·고교 간 연계성이 크지 않다”며 “좋은 경험이지만 대입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학년 1학기 학급부회장을 역임한 경험도 특수재능우수자 전형에는 강점으로 작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전문가 신념 확실히 밝혀라

김소연(18·용화여고 3)
자연과학대(분자생명과학부) 지원

1.90등급 2008년 교내 학력경시대회 과학부문 최우수상, 2008년 서울과학전시관 영재교육원 과학영재반 과제연구발표대회 우수상, 서울시교육청 영재교육창의적산출물대회 과학부문 최우수상1학년 1학기 학급부회장, 2학년 1학기 학급회장 2007·2008년 서울과학전시관 영재교육원 수료(과학부문), 중2~3학년 당시 연세대 영재교육원 생물분야 수료 99시간 환경운동가 평가“과학 분야를 특수재능으로 만든 점이 눈에 띕니다. 수상 실적과 관련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자기소개서에 영재원 경험을 장래 희망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써 보세요. 서류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학생입니다.”

김양은 중학교에 입학한 뒤 과학 과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2·3학년 때는 연세대 영재교육원(생물 분야)을 다녔다. 고교 때 서울과학전시관 영재교육원을 수료했다. 관심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2008년 서울시교육청의 영재교육 창의적 산출물 대회에 나가 ‘도마뱀이 벽을 타는 원리’를 이용한 바이오 고무를 출품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배 사정관은 “일반계고 학생이 영재교육원을 수료하는 등 과학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몰입한 점이 사정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합격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라고 말했다.

사정관들은 “자연과학부에 입학한 뒤 의학전문대학원에 갈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양은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뒤 미생물을 이용해 환경 파괴를 막는 환경전문가(운동가)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과학 성적이 줄곧 1등급인 점도 강점이다. 이 부처장은 “확실한 꿈과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했다는 점을 자기소개서에서 부각시키고, 면접에서 환경전문가가 되겠다는 신념을 확실히 피력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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