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추진 노동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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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IMF체제 극복을 위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노 (勞).사 (使).정 (政) 고통분담 협약 제의에 대해 노동계가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IMF에 제출한 노.사.정 합의시한은 내년 1월. 한국노총 박인상위원장은 26일 金당선자와의 회동에서 "빠른 시일안에 노.사.정 협의회를 구성하자" 는 金당선자의 제안을 수용했다.

"정리해고제를 포함한 제반 고용문제 및 실업대책을 노.사.정 3자논의의 틀안에서 풀자" 고 합의한 것이다.

이날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물론 朴위원장은 구조조정에 앞서 정부와 기업의 솔선수범과 고용안정이라는 전제를 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정리해고 6개월간 불가' 라는 공약에 맞춰 국민회의와 정책연합을 하고 DJ 공식지지를 선언했던 한국노총으로서는 지극히 전향적인 태도다.

그 공약이 실천되기에는 경제상황이 너무 악화됐다는 인식을 한국노총이 갖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한국노총은 인원감축을 최소화한다는 약속 아래 최후의 수단으로 정리해고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27일 金당선자를 만날 민주노총의 입장은 다르다.

금융기관 인수.합병 때 정리해고는 물론 2년 유예된 정리해고제의 조기도입 등 정리해고제는 모두 반대하는 분위기다.

노.사.정 합의 역시 재벌 개혁, 물가 및 고용안정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한 참여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정성희 (鄭星熙) 대외협력국장은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으나 경제파탄의 책임자 처벌과 재벌 개혁 없이 근로자들에게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고 말했다.

내년 2월 예정인 근로자 파견법 제정도 고용불안 심화를 이유로 반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현재의 위기가 총파업이라는 극한투쟁으로까지 갈 만큼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민주노총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정리해고를 수용할 때 하더라도 일방적인 무장해제는 안되며 기업의 자구노력과 노동시간 단축 등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낸다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金당선자가 어떠한 명분을 주며 민주노총의 강경입장을 설득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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