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날개]소프라노 신영옥의 '겨울재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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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육중한 첼로를 들고 비행기 여행을 할 때마다 왜 바이올린이나 플루트가 아닌 첼로를 택했을까 하고 후회하곤 했죠. ”

언젠가 세계적인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했던 우스개 소리다.

전세계를 돌며 연주여행을 해야하는 음악가들에게 목숨만큼 소중한 악기는 참으로 부담스러운 짐 (?) 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이 곧 악기인 성악가라 해도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행여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해야하는 건 물론 목소리에 영향을 끼칠까봐 담배연기가 많은 곳, 맵고 짠 음식,가벼운 술이나 커피도 삼가야한다니 성악가들의 '악기' 간수도 여간 고생이 아니다.

최근 세번째 음반인 '드림' 출시를 기념해 4개 지방도시를 돌며 내한 공연을 가진 소프라노 신영옥 (37) 씨 역시 "목소리 관리에 피가 마를 지경" 이라고 털어놓았다.

언제나 조심하는데도 딱 한번 컨디션이 너무 좋지않아 공연을 취소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1년중 10개월을 이곳저곳의 공연장으로 떠돌아다니다보니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장시간의 비행기 여행도 몸에 무리를 주지만 각기 다른 세계 각국의 기후며 음식에도 그때그때 적응을 해야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사랑의 묘약' 을 공연했었죠. 봄이려니 생각하고 얄팍한 옷들만 준비해갔는데 갑자기 날씨가 너무 쌀쌀해진 거예요. 연습장으로 향하는 길에 몸이 오슬오슬 떨리는데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

신씨는 제일 처음 눈에 띈 옷가게로 들어가 바람 한점 못 뚫고 들어갈만한 튼튼한 재킷을 하나 구입했다.

급한 김에 샀어도 한없이 따뜻한 재킷은 제 몫을 톡톡히 해냈고 신씨는 감기에 걸리지않은 채 무사히 공연을 끝낼 수 있었단다.

가볍고 잘 구겨지지않는 장점까지 더해 그 옷은 이후 연주여행때마다 신씨와 함께 하고 있다.

“오페라의 프리마돈나라고 하면 누구나 화려한 차림새를 떠올리겠지요? 하지만 저한테는 몸을 보호하는 기능이 더 중요해요. 재킷안에도 티셔츠에 스웨터를 층층이 겹쳐입곤 하죠. ”

신씨는 28일 뉴욕서 열리는 유니세프 주최 북한동포 기금마련 콘서트를 위해 또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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