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로제 고디노 '개혁의 일곱가지 기둥'…'국가생존' 위한 실천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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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충격' 에서 인류의 역사를 얼추 8백세대로 계산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5만년전으로 잡고 이를 사람의 평균수명인 62세로 나눈 결과다.

동굴 생활을 청산하기까지 무려 6백50세대가 걸렸다.

문자를 통한 세대간 소통방식이 정착된지는 고작 70세대 밖에 안된다.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시작한 것은 겨우 4세대 전부터고 전기 동력기관이 지구에 완전히 보급된 것은 불과 2세대 전이다.

그만큼 인류문명은 상상키 어려운 가속도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와 더불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 는 인류의 존재양식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기대와 불안, 위기감과 도전의식이 공존하는 건 당연하다.

변화의 시대는 개혁을 요구한다.

변혁은 21세기에 대비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수많은 책이 나왔다.

저마다 변혁을 외치며 생존과 번영을 위한 나름의 방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공허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의 경제학자 로제 고디노가 최근 출간한 '개혁의 일곱가지 기둥' 은 드물게 돋보이는 책이다.

고디노는 어려운 용어를 배격한다.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개혁 방안을 구체적이고 직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는 프랑스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

하지만 제때 필요한 개혁을 못해 국난에 빠진 우리로서도 참고할 점이 많다.

그는 세계.국가.기업.노동.사회보장.불평등.유럽 등 7가지를 개혁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35가지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고디노는 금융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자본시장의 불안정을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는다.

한국의 외환.금융위기를 예견하고 있는듯 하다.

위기가 발생한 뒤 이를 수습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며 예방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통화기금 (IMF) 과 세계은행 (IBRD) 만으로는 부족하며 세계무역기구 (WTO)에 대응하는 세계금융기구 (WFO) 를 창설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국가개혁의 과제와 관련, 국민투표를 통한 직접 여론수렴의 활성화, 말단 지방 행정단위의 통합, 정부공무원 채용제도의 개선, 대학의 자율화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정부공무원 채용에 있어 고디노는 정부와 민간, 국내와 국제부문의 인사교류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일체의 족쇄 풀기는 그가 제시하는 기업개혁의 핵심이다.

구체적 대안으로 그는 자본세 신설을 주장한다.

수익에 비례해 부과하는 법인세를 폐지하고 이를 잉여가치 생산능력에 따라 부과하는 자본세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업의 생산활동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에 대한 평가도 회계상의 재무제표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이에 더해 지역사회.환경.고용 등에 대한 기여도를 함께 따지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디노는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거쳐 미 하버드 대학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의 가르침을 받았다.

박사학위도 거기서 취득했다.

그후 프랑스 사회당의 미셸 로카르 전총리의 보좌관으로 근무, 실무경험을 쌓았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국가개혁의 새로운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지침서로 이 책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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