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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神 강성태, 전설의 공신 고승덕의 공부방을 찾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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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베스트셀러 『공부의 神』 저자이자 공신닷컴을 만든 공신의 리더 강성태가 멘토 공신 고승덕 의원을 만났다. 이번 달부터 새로이 연재되는 ‘공신과 공신이 만나다’는 공신 강성태가 전설적인 공신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공부법과 시간 관리 비결을 파헤쳐보는 칼럼.

첫 번째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과 만나, 그에게 성공으로 가는 로드맵을 전수받았다.

학생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사람을 ‘공신’이라 부른다. 이 신조어는 학습법 전수 사이트인 ‘공신닷컴’(www.gongsin.com)에서 유래된 것으로 원래는 ‘공부를 신나게 하자’는 뜻이었다. 나에게 ‘공신’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고 난 후부터, 부담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대학교 재학 시절, 아무리 사소한 과제라도 대충 낼 수가 없었고 쪽지 시험이라도 밤을 새워 공부해야 했다.

종종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부법 강연을 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더욱더 시간 관리와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부담스럽지만 자기 만족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던 어느 날, 나는 다른 공신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궁금해졌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대학생 공신 멤버가 아닌 전설적인 원조 공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파헤쳐보고 싶어졌다. 바로 이것이 칼럼을 시작하게 된 계기이자 목표이다. 첫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아마 대한민국 대표 공신을 한 명 뽑으라면 고승덕 의원이 빠지지 않을 것이다. 부모님 세대에는 익히 알려져 있고 심지어 현재 중고등학생들이 주로 찾는 공신 사이트에서조차 고승덕 의원의 공부 방법이 베스트 인기 글이 될 정도니까. 고승덕 의원과의 인터뷰는 사무실에서 한 번, 그의 서재에서 또 한 번,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는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던 개인 공간인 서재에서, 그동안 공부했던 책이며 노트, 다이어리를 흔쾌히 보여주었다.

시간__ 관리 비결

Q 의원님을 세 번째 뵙는데 처음엔 좀 놀랐습니다. 흔히 정치가, 변호사 하면 딱딱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많이 다르다 느꼈습니다

-다른 정치인들이 섭섭하겠네요(웃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특별한 비결은 없고 항상 밝게 긍정적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 다이어리를 잠깐 보니 스케줄이 정말 빡빡하던데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공부할 때도 시간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는 것이 참 중요한데, 의원님은 어떤 식으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학생일 때와 사회인일 때의 시간 관리는 다를 것 같아요. 학생 때는 공부하는 데에만 초점을 두었어요. 공부에 최우선을 두었기 때문에 24시간 동안 어떻게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였죠. 구체적으로는 조그마한 수첩이나 메모장을 준비해서 기상 시간, 화장실 갔다 오는 시간, 밥상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시간 등등 동작이 변할 때마다 시간을 낱낱이 기록했죠.

Q 이를테면 시간 가계부를 적은 거네요.

-네. 그렇게 기록한 내용을 자기 전에 들여다봅니다. 어떤 시간은 의미가 있었다 없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을 얼마만큼 단축할 수 있었겠다, 내일은 밥 먹는 시간은 10분 줄이고,TV 보는 시간은 30분 줄인다, 밥 먹은 후 휴식 시간을 30분 줄이겠다…. 그리고 다음 날 이를 생활에 반영해 또 기록을 했어요.

Q 의원님이 밥 먹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비빔밥과 국을 믹서에 갈아서 함께 드셨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그것이 사실인가요

-믹서에 갈았다는 것은 너무 과장된 것입니다(웃음). 어머니가 잘게 칼질을 해주신 것이죠. 요즘에는 비빔밥 먹는 사람 별로 없을 거예요. 패스트푸드가 많잖아요. 김밥도 있고 먹기 편한 샌드위치도 있으니까요.

Q 요즘에는 어떤 음식을 드세요

-요즘에도 비빔밥 많이 먹어요. 그리고 저는 떡이 좋더라고요. 저녁에 회식이 있는 날이 많은데, 회식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많이 먹잖아요. 그러면 점심때 굳이 많이 먹을 필요가 없어요. 떡을 먹으면서 워드 작업을 하거나 연구를 합니다.

Q 요즘 학생들은 다이어리나 플래너를 많이들 사서 씁니다. 매우 비싼 편인데다 오히려 계획을 짜느라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저 같은 경우 고시를 예로 들면, 1년 단위로 공부할 분량을 미리 생각해 보았어요. 무슨 책이 몇 권이 있는데, 시험 볼 때까지 몇 번을 보겠다, 그럼 한 달에 어떤 책을 몇 쪽씩 봐야 한다는세부 계획이 나옵니다. 종이로 크게 달력같이 만들어요. 매달 계획과 하루 계획을 세우고, 시간 단위로 몇 쪽씩 나누는 것이 아니고, 자기 전까지 공부할 분량을 정해 놓는 거죠. 하루 동안 책 500쪽짜리 공부를 하겠다 이런 식으로요. 점심때쯤 되면 여기까지 덜 나갔네, 무조건 잘 때까지는 봐야 한다… 마음이 급해지죠. 그러면 오후 시간에는 그날의 진도를 따라잡으려고 기를 쓰고 공부합니다.

목표__ 설정과 도전의식

Q 목표 설정은 어떻게 하셨는지요? 학생들 입장에서 목표 설정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꿈과 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겠죠. 특히 중고등학생 입장에서는 직업이라든가, 장래 할 일에 대한 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까 사람이 성공하고 못하는 것이 ‘what’이 아니라 ‘how’, 즉 방법론의 차이 같아요. A와 B란 직업이 있을 때 둘중 무엇을 고를까 집착하는데, 사실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합니다. 방법론이 무엇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다양한 직업 중에서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법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사회에 나가봤더니 막연히 좋아 보여서 고시를 준비한 거죠. 저는 변호사를 하면서도 실제로 다른 일을 많이 했습니다. 결론은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Q 다양한 일에 도전하면서 쌓은 내공이 정치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성경에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상당히 좋아하는 말이에요. 당장은 슬픈 일, 행복한 일이 섞여 있지만 나중에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는 결과가 나타나는 법입니다. 저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도 펀드 매니저라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도 하고, 미국에서 공부도 했습니다. 그 기간이 7년 정도 되는데 당장은 쓸모없는 것처럼 생각됐어요. 사실 굉장한 기회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그런데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까 미국에서 공부했던 것은 외교 업무에 도움이 되고, 펀드 매니저는 금융 정책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법안은 다 법률이잖아요.

문제점도 찾고 생각하는 데 법률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 살아온 것이, 지나고 본 것이 다 쓰임을 받습니다. 뭐든지 노력하면 길도 보이게 되고요. 마치 여러 분야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도전을 거듭하면서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일에 도전하는 의원님을 보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공부가 할 때는 힘들고, 괴로운 점도 많죠. 어떤 사람은 저에게 너무 ‘자학’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하지만 사실 저는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누구나 새로운 것을 즐거워하잖아요. 더구나 저는 열심히 해서 잘될 만한 일을 하는 편입니다.

Q 항상 새로운 도전으로 바쁠 텐데 실제로 시간 조절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팁 몇 가지 좀 알려줄 수 있나요

-저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술 한잔 하러 가자’ 해도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안 갑니다. 항상 그렇게 살지는 않았지만, 예전부터 지금까지 술이 즐겁지가 않았어요. 타고난 부분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인지 일 년에 몇 번 안 되지만 집사람이랑 어쩌다 술을 마시면 집사람이 아주 좋아해요(웃음). 저만의 시간 절약 방법 하나 알려드리죠. 저는 TV는 보지 않고, 신문은 일주일치를 30분이면 봅니다. 헤드라인 위주로 보고 내용은 전체를 모두 보지는 않아요. 제목만 봐도 아는 것은 그냥 넘어갑니다. 그러다 제가 모르는 내용, 전에 없던 내용일 경우 자세히 살핍니다. 또한 세상이 달라진 기사는 보고, 일상사는 굳이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Q 시험도 그렇고, 정치도 시간과의 싸움이란 생각이 드네요. 하루 몇 시간이나 업무를 하는 데 투자하나요

-시간보다는 어느 방향으로 생각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시간 관리를 한다기보다 그 시간에 집중하는 편이죠. 멍하니 있는 시간이 없는 거네요

심지어 TV 드라마도 멍하니 보지 않아요. 그렇다고 항상 집중할 수는 없죠. 강약의 조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 일을 처음 했을 땐 저도 많이 끙끙댔어요. 하지만 6개월이 지나니 능률이 생겼습니다.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10시간이면 해야 할 것을 지금은 1시간이면 처리합니다. 능률이 나면 일하는 시간은 고무줄처럼 줄어들죠. 그러면 남은 시간엔 뭘 하면 좋을까, 그러면서 빈 시간을 채워갑니다. 만약 누구를 만나기로 했다가 약속이 취소되면 보통은 붕 뜬 시간을 멍하게 보내기 일쑤지만 저는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생각해요. 점심 약속이 있을 때도 상대가 늦을 경우를 대비해 늘 책을 가지고 다닙니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위성 DMB를 보거나 CNN 영어 공부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영어를 항상 듣고 있어요. 방송을 보기 피곤할 때는 아버지나 아는 분께 전화를 드립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시간을 짜임새 있게 배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실질적인 공부법__ 노하우

Q 사교육을 받아보셨는지요

-기본적으로 혼자 공부했어요. 제 속도대로 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랑 똑같은 속도로 하면 다를 게 없잖아요. 혼자 공부하는 것이 좋아요. 다만 혼자 공부할 때 도저히 어려워 안 되는 것이 있으면 물꼬를 트기 위해, 즉 입문이나 진입을 위해 학원을 다녀보기도 합니다. 그럼 발동이 걸리는데 일단 페이스를 찾으면 다시 혼자 속도를 내서 공부를 합니다.

Q 사교육은 우물의 펌프질 하는 정도여야 한다는 뜻인가요

-시작할 때 방향을 잡는 정도는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맨바닥에서 기려면 힘들 테니까요.

Q 가장 중요한 학습법으로 반복을 꼽았는데 방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공부라는 것이 계속하다 보면 처음 볼 때는 몰랐던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해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단순 반복을 하라는 것은 아니고 생각을 하면서 반복하라는 뜻이죠. 보통 저는 한 교재를 7번 정도를 반복해서 봅니다. 가장 많이 반복하며 공부한 것은 펀드 투자 자격증 시험이었는데 전 과정을 20번 반복해서 공부했습니다. 이 정도 보면 자연히 뜻을 이해하고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의원님도 무역사 시험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실패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때 주변에서 다들 쉬운 시험이라 하니 방심했었습니다. 보통은 쉬운 시험이라도 7번 정도 반복해 공부하는데 이땐 사실 3~4번 정도 보고 시험을 치렀죠. 보기 좋게 떨어지더군요. 7번 이상 봐야 하는 것이 제게는 징크스인 것 같습니다.

Q 그 외에 실패한 적은 없나요

-실패한 적이 많아요. 대개 실패하는 때는 방심할 때 혹은 운이 나빴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교통사고 나서 죽을 뻔하기도 하고, 인생이 무상하고 허탈해서 맥이 빠지기도 하고, 대인 관계라든가 가족관계가 안 풀릴 때도 그래요. 지나고 나면 운이 나쁜 것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그것 때문에 위축되면 사람이 무너지는 것이고, 굴하지 않고 지내면 다 극복이 되더라고요. 요즘엔 어떤 어려움이 와도 담담합니다. 20~30대에는 힘든 일 있으면 정말 죽고 싶다고 하지만, 50살 넘게 살고 보니까 지나간 일들이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고요. 과거에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흉터도 크게 남았는데 이것도 당시에는 살기 싫을 정도로 괴로웠어요. 지금은 꾹 참고, 살고 보니까 벌써 교통사고 난 지 20년이 넘었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그게 별 게 아니에요. 역시나 시간이 다 해결해 줍니다. 어떤 어려움도 10년 지나면 해결이 돼요.

고승덕 의원의 ABCD 성공법이란?

어떤 일이든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를 놓고 봤을 때 그 정도에 따라 ABCD가 확연히 갈립니다.

먼저 D급 마인드는 누가 나에게 시킨 일을 할 수 없어서 한다는 생각이죠. 예를 들면, 할 수 없이 직장에 가고 가면 할 수 없이 지시를 받아 할 수 없이 일을 하는 거죠. 이 경우는 실력은 늘지 않고 꾀만 늡니다. 학생이라면 엄마 눈을 피해서 공부를 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하죠. 기자의 경우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칼럼 하나를 덜 쓰려 하는 것이 D급 마인드입니다. 하루하루는 편할 수는 있어도 1년 후에는 결과가 좋지 않겠죠. 요즘 이런 학생 많은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선생님이 안 오면 만세를 부릅니다. 다른 학교 아이들과 학원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을 절대 안합니다. 할 수 없이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C급 마인드는 꼬박꼬박 하는 마인드입니다. 나한테 시키면 나는 한다. 고로 나는 성실하다. 그러면서 남들은 시키는 것도 안하는데, 나는 다르다며 자긍심을 가집니다. 때때로 불평도 하죠. 학생이 이렇다면 중간 이상을 못 가요. 가르치는 것만 하는 사람은 성실하지만 성공을 못하고 인정도 받지 못하죠. 편하게 살려는 사람은 주는 것만 합니다. C급은 시키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너무 답답합니다. 설명을 안 해주면 자꾸 물어보니까 ‘너한테 시키느니 내가 하겠다’는 말이 나오죠. C급이 의외로 많은데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B급은 한 단계가 높아요. 헤아려서 하는 것이죠. 공부의 경우 선생님이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1점이라도 더 받는 방법은 뭘까를 생각하는 경우입니다.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키는 것을 조금 더 잘하려고 하기 때문에 B급은 확실히 우등생이 될 수 있습니다.

A급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사람입니다. 지능이 높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중에 뭐가 될래… 했을 때 부모가 강요하는 집안이 있죠. 우리 집은 아버지가 뭐가 되라고 말씀을 안했어요. 뭐 하라고 했을 때 저는 반대로 했어요. 의대 가라고 하면 법대를 갔죠. 저는 인생의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했습니다. 내 꿈을 이루려면 어떤 학교를 가야 하지? 거길 갈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지? 계속 혼자 생각했어요. 혼자 알아서 공부하고 노력하는 습관이 몸에 밴 것이죠.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획_민은실 기자 글_강성태 사진_문덕관(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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