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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진 패치약] 붙여서 떼어낸다, 골다공증·협심증·치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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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이라고 하면 경구약이나 주사약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엔 제3의 부위(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약이 쏟아지고 있다. 붙이는 약이다. 패치약·플라스타·카타플라스마 등 붙이는 약에 대해 일반인이 흔히 갖고 있는 선입견은 세 가지다. ①편리하다 ②아직 상품화된 것은 몇 안 된다 ③부작용이 별로 없다. 어느 정도는 맞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피부 손상 주의 … 붙이는 곳 조금씩 다르게

주사약에 비하면 부담이 훨씬 작다. 환자가 직접 붙일 수 있어 약물 순응도(환자가 의사의 처방대로 따르는 정도)가 높다. 그러나 아무 데나 마구 붙이면 원하는 피부 손상이 일어나거나 약효를 얻지 못한다. 폐기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춘천성심병원 손순주 약제팀장은 “패치약은 등·가슴·허벅지 등 움직임이 작은 부위에 붙이는 것이 원칙”이며 “팔꿈치 안쪽 등 움직임이 많거나 털이 난 곳은 혈류량이 불규칙해 패치약의 흡수 속도가 들쭉날쭉하다”고 설명했다.

부착 부위의 피부 손상을 예방하려면 교체할 때마다 붙이는 부위를 달리해야 한다. 붙이려는 곳에 피부 감염증이 있으면 항균제로 치료한 뒤, 땀·물이 묻어 있을 때는 잘 닦아낸 뒤에 붙인다. 피부가 약한 눈 주위·점막·상처 부위에 붙여선 안 된다.

사용 후 떼어낸 패치는 접착면이 서로 닿도록 접어서 버린다. 마약성 패취약 중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약국이나 병원에 반환한다.

피임·천식용 제품도 등장

파스·멀미약·관절염약·담배 끊는 약 정도가 전부일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최근 종류가 놀랄 만큼 다양해졌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패치를 상반신에 붙이면 천식 환자의 야간 발작을 예방하는 패치형 천식약(호쿠날린 패치)이 등장했다. 또 약효가 3~7일 지속돼 기존 피임약(매일 복용)보다 편리해진 패치형 피임약도 나왔다.

암 환자나 수술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는 패치형 통증 치료약(듀로제식 디트랜스 패치, 72시간 효과 지속)도 선을 보였다.

분당차병원 약제부 송인숙 약사는 “사나흘에 한 번 붙여 폐경기 증상과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패치형 에스트로겐제(에스트란 패치)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함유된 패치약(콤비트란 패치)이 알약 대신 처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패치형 남성호르몬제(테스토 패치)도 시판 중이다.

하루 한 번 가슴에 부착해 심장 발작·협심증을 예방·치료하는 니트로글리세린 성분의 패치약(앤지덤 패치), 먹는 진통제의 부작용이 심하거나 음식을 먹지 못하는 환자를 겨냥한 붙이는 진통제(펜타닐 패치)도 나왔다. 우울증·고혈압·설사·하지 불안 치료제도 붙이는 형태로 출시됐다.

최근엔 하루 두 번 복용하는 경구용 치매 치료제(엑셀론)가 하루 한 번 붙이는 패치약으로 개발됐다. 이 약은 약 먹이기가 ‘전쟁’인 치매 환자에게 유용하다.

멀미약 두 개 붙이면 정신착란 가능성

붙이는 약이 경구용 또는 주사제보다 부작용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소화·흡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주사약처럼 전신으로 퍼지지 않아서다. 따라서 위장 장애·간 장애 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가려움·발적 등 과민반응 외에도 주의해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한양대병원 약제부 박은재 약사는 “심장병 환자가 니트로글리세린 성분의 패치를 붙이고 있다면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심한 저혈압을 일으키고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또 패치형 천식약을 사용하는 환자는 항우울제·고혈압약 등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 커피나 술을 자주 마시거나 흡연하면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트라스트 패치·케토톱 플라스타·케펜텍 엘 플라스타 등 관절염·근육통약을 붙인 사람은 아스피린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의 복용을 삼간다. ‘아스피린 천식’(천식 발작)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도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은숙 약제부장은 “운송 수단을 타기 2~4시간 전 귀밑에 붙이면 이후 일정하게 약물이 흡수돼 72시간가량 약효가 지속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귀밑 양쪽에 붙이면 용량이 많아져 정신 착란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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