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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진영의 정책구상]1. 기본방향…통합·대화의 정치 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새로 등장할 '김대중 (金大中) 정부' 의 정책노선에 대해 적잖은 이들이 의구심이 가득찬 눈길을 보내고 있다.

金대통령당선자 본인이 선거기간중 부문별 정책을 공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류가 여전한 것은 사상 처음 이뤄진 여야간 정권교체와 이에 따른 급격한 변동을 의식한데 기인한 듯하다.

金당선자 핵심 참모들로부터 새정부의 정책방향을 들어본다.

'정치력' 이란 말이 있다.

이 말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21세기의 문턱에서 한국을 새롭게 이끌어야 할 지도자의 역할을 가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치력이란 어떤 집단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축적된 지혜와 이것을 가장 효율화할 수 있는 지도역량으로 이뤄진다.

이 집단의 모든 성취는 궁극적으로 이 정치력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개인은 모두 자기 나름의 독특한 생각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사회에서 그가 어느 부류에 속하는 가에 따라 개인적인 이해 또한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다양한 생각과 서로 다른 이해는 필연적으로 갈등의 요소가 된다.

정치란 결국 갈등을 최소화해 사회 혹은 국가수준의 통합을 이뤄내려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국내적 의미의 정치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한국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2백개에 가까운 국가를 구성원으로 국제사회가 형성돼 있다.

우리의 입장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따라서 정치력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고 대외적인 의미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해의 조화라는 큰 맥락에서 대외적 정치관은 국내적인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국가들이 이해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우리의 것과 비교해 양자 혹은 다자간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대외적 의미의 정치력인 것이다.

즉 외교력을 일컫는다.

불행하게도 구한말 이래 한국의 역사에는 이러한 대내외적인 정치력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일제로부터 치욕적인 한일합방을 경험했고 해방 후 한반도는 분단됐다.

냉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남북간의 긴장은 그 강도를 더해갔고, 권위주의 정부의 오랜 통치로 사회의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결과 국내적 갈등은 심화됐다.

나아가 소위 현대 문명사회에서는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동서간의 지역갈등이 이미 그 도를 넘어 고착화하고 있었다.

그러니 어찌 우리가 정치력을 지닌 민족이고 국가였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새로운 지도자를 택했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우리의 선택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 정치사를 통해 우리는 거듭 분단과 단절을 통해서만 권력을 창출해 왔다.

남북과 동서의 분단, 더 나아가 이른바 TK.PK의 분열까지도 있었다.

야당은 영원히 권력에서 소외된 존재여서 선거나 민주화도 통합보다 단절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단절된 부분들 사이에는 정치적 공간이란 없었다.

무력이나 선전 또는 숫자와 같은 맹목적이고 일방적인 시위만이 있었다.

이른바 북풍 (北風) 혹은 '우리가 남이가' 라는 현상은 분단된 부분들의 기존 권력층들이 다시 한번 단절을 확인함으로써 자신들의 기존 이익을 공고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정치력에 가장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하는 것이었다.

정부측의 국민선택은 이것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15대 대통령의 근본적인 과제는 한민족 현대 정치사의 일반적인 지향을 뒤집어 바꾸는 일이다.

분단과 단절의 통치가 통합과 대화의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20세기를 통해 저질러온 과오를 다음 세기까지 끌고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현재 위기의 기로에 서있다.

뿐만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축적된 수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다.

15대 대통령은 우선 눈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중첩된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민족적 차원에서 정치력을 회복하는 것을 기초로 해서만 가능하다.

나종일〈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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