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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꿈나무]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소년은 강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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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양쯔강소년
엘리자베스 포어먼 루이스 지음
윌리엄 로 그림, 조세형 옮김
개암나무, 304쪽, 1만원

1920년대 격변기의 중국. 1911년 마지막 황제 푸이가 퇴위한 뒤 군벌 세력들은 중국을 장악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서로 전쟁을 벌였고 도적과 사기꾼이 곳곳에서 창궐했다. 이런 소용돌이 같은 정국 속에 열 네 살 소년 샤오푸가 있다. 고향인 시골 농가에서만 살아온 샤오푸는 농사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와 삶의 터전이던 농토를 한꺼번에 잃고 어머니와 함께 양쯔강 가의 대도시 충칭으로 옮겨 간다. 불행 중 다행히 지인을 통해 구리 세공인의 도제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것이다.

시골에서만 살았던 소년에게 충칭은 화려하고 놀라운 ‘신세계’였다. 오랜 역사의 잿빛 도시 충칭은 외국 무역 선박에 대한 문호 개방으로 늘 진귀한 물건이 모여들었다. 귀신이나 악마 쯤으로 생각했던 외국인도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었다.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된 샤오푸는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막상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시골 사람은 무식해!” “고약한 거름 냄새 때문에 옆에 갈 수가 없다니까!” 구리 세공소의 동료들은 샤오푸를 못마땅하게만 여기고 열심히 일하는 그를 질투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군인들에게 목숨을 위협받기도 하고 잠깐의 실수로 큰 빚을 지거나 화재를 겪는 등 대도시의 삶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힘겨운 고난 속에도 샤오푸는 희망을 잃지 않고 문제를 긍정적으로 헤쳐나간다.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하면서 어엿한 장인의 꿈을 키우는 샤오푸는 후에 세공인의 양자가 되면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한다.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상을 받은 이 책은 펄 벅의 『대지』처럼 중국에 거주했던 미국 출신의 작가가 중국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다. 1932년 초판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에 다시 출판됐다. 20세기 초반 정치적 혼란에 휩싸인 중국과 당시의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책 말미에는 샤오푸가 살던 시대와 오늘날 중국의 생활상을 비교한 해설도 수록돼 있다.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유유히 흘러가는 거대한 양쯔강 처럼 험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헤쳐가는 소년 샤오푸의 이야기는 훌쩍 자란 어른에게도 잔잔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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