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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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17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구속과 검찰 수사에 대한 심경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올렸다. 7일 사과문을 게재한 이래 네 번째 글이다. ‘강금원이라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원고지 12.5장 분량의 글이다. 자신과 측근을 돕다가 구속된 강 회장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 ㈜봉화의 설립 배경 등이 담겨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나로 인해 줄줄이 감옥에 들어갔다 나와서 백수가 된 사람들을 강 회장이 나서서 도왔다”고 밝혔다. 강 회장이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다가 놀고 있는 사람들이 사고 치지 말고 뭐라도 해 보라고 도와 준 거지요”라고 말했다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의 설명이다. 강 회장이 대전지검 특수부에서 수사 중인 ‘강금원 리스트’에 대해 해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의 구속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은 것”이라고 했다. “강 회장이 ‘직원들에게 모든 일을 법대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해 안심했는데 덜컥 구속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털어도 먼지가 나지 않게 사업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고 강 회장을 변호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0년 부산 선거에서 떨어졌고, 2002년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 장수천 빚 때문에 파산 직전에 있었다”며 “강 회장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대통령이 아니라 파산자가 됐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결국 빚잔치로 끝난 장수천 사업과 관련, “장수천 사업에 발이 빠져 돈을 둘러대느라 정신이 없던 때 (강 회장을 알게 됐고) 자연 자주 손을 벌렸다”며 “강 회장은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근 대검 중수부가 수사 중인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사업도 언급했다. “퇴임이 다가오자 강 회장이 퇴임 후 사업을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봉화의 성격에 대해 “공익적인 사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70억원이라고 하니 참 크게 보이지만 강 회장의 구상은 클린턴 재단의 10분의 1을 생각할 정도로 컸다”고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강 회장의 건강도 염려했다. 강 회장은 뇌종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은 “늦지 않게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면목 없는 사람 노무현’이라는 맺음말로 강 회장에게 미안함을 나타냈다.

◆소환 임박한 노 전 대통령=홍만표 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 소환 시점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들은 22일을 전후해 소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소환 시기 및 방법을 놓고 수사팀이 막바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주말에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 격인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 조사 일정을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 일정이 결정되면 이를 공개할 방침이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더라도 곧바로 사법처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검찰 간부들은 “전직 대통령 신분이고, 본인이 혐의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상황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현·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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