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오케스트라의 첫 만남은 다채롭고도 현란했다.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음악이라는 세계 공용어로 뭉친 유튜브 심포니가 이날 들려준 곡은 모두 16곡. 18세기 ‘음악의 아버지’ 바흐에서 모차르트, 드보르자크, 드뷔시에 이어 전위음악의 대가 존 케이지까지, 그리고 브라질 작곡가 하이터 빌라-로보스에서 중국 출신 탄둔에 이르기까지 시공과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을 선보였다.
이날 공연에는 ‘클래식계의 록스타’로 불리는 젊은 첼리스트 조슈아 로만 등 10여 명의 게스트가 참여해 유튜브 심포니와 협연했다. 이 중에는 3명의 8, 9살짜리 피아니스트도 섞여 있어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아울러 바그너의 말을 타는 거대한 그림이 천장에 비춰지는 등 음악과 어울리는 다양한 조명예술 작품이 공연장 내부를 수놓아 많은 갈채를 받았다.
이날 특히 호평받은 곡은 탄둔이 이번 연주회를 위해 작곡한 ‘인터넷 심포니 에로이카’였다.
온라인 오디션을 통해 세계 최초로 조직된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렸다. 연주 중 휴식 시간에 공연장의 벽과 천장에 연주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뉴욕 AFP=연합뉴스]
유튜브는 또 에로이카를 연주한 여러 동영상을 묶어 하나의 작품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올렸다. 에로이카를 직접 지휘한 탄둔은 “이번 공연은 유튜브에 의해 이뤄진 현대적 중매 결혼”이라며 “세계 어디에 있든 인터넷을 통해 특정한 곡을 나눠서 연주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17~55세의 다양한 연령층에 물리학자·교사·도박사 등 여러 직종의 음악인들로 구성된 이번 유튜브 심포니에는 7명의 한국인과 한국인 어머니를 둔 미국인 조지 더햄(29·첼로)이 포함됐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에 이어 둘째로 많은 숫자다. 유일한 비전공자인 KAIST 재학생 김대식(20·바이올린)씨는 “예상보다 실력있는 연주자가 많았다”며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난이도 높은 곡을 어렵지 않게 완성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밝혔다.
충남예고 강사인 이수정(26·여·첼로)씨는 “일반 오케스트라는 서로 잘 아는 연주가들이 몇 주간 맞춰보는 덕에 비교적 깊은 음색이 나지만 유튜브 심포니는 연습 기간이 짧아 연주가들이 좀 들뜬 느낌”이라며 “대신 음악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