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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벌레 16만 마리 벽을 온통 도배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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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아무리 꽃박람회라지만 꽃만 보고 돌아가기에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꽃 주변을 맴도는 곤충들의 모습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가 된다. 고양 국제 꽃박람회에서는 곤충으로 만든 30여 가지의 데코레이션 작품을 준비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비단벌레 껍질로 만든 폭 13m, 높이 2m 규모의 초록색 벽. 곤충전문가 정영운(53)씨가 35년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수집한 비단벌레 16만 마리로 제작한 작품으로 비단벌레 껍질의 오묘한 색깔이 눈을 사로잡는다. 소위 ‘반짝이’라 불리는 옷처럼 빛나는 초록빛의 곤충인 비단벌레는 주로 동남아시아에 서식하며, 국내에서는 경상남도 등 일부 지역에서만 소량으로 산다. 천연기념물 496호로 지정된 희귀종이다. 정씨는 “비단벌레 특유의 초록색을 살린 작품으로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미묘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비단벌레로 만든 야자수·낙타 등의 조형물도 출품했다. 얼핏 보기에는 청동 재질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의 조형물이지만, 이 역시 비단벌레의 껍질로 제작됐다.

박람회장에는 전 세계에서 채집한 나비 1000여 종도 전시된다. 호랑나비·배추흰나비·노랑나비 등 토종 나비는 물론이고 필리핀·중국 등에서 채집한 외래종도 수백 가지가 선보인다.

나비의 날개로 만든 미술품도 눈길을 끈다. 30여 종의 나비를 원 모양으로 배열, 마치 추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도 출품됐다. 원 모양을 눈으로 따라가면서 나비 각각의 아름다움과 전체의 조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나비 날개의 색깔을 살려 마치 십자수를 한 것처럼 꾸며놓은 작품도 있다. 얼핏 보기에는 모자이크 작품이거나 수를 놓은 느낌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비 날개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다. 김해림 고양국제꽃박람회 홍보담당은 “나비 날개를 원형 그대로 살려놓아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꽃박람회에는 전 세계 4대 장수풍뎅이로 불리는 코카서스, 헤라클레스, 악티온, 골리앗 장수풍뎅이 30마리가 전시된다.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다량으로 서식하는 이들 장수풍뎅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살아있는 개체를 보기가 힘들다.

30~40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던 사슴벌레도 박람회장을 찾는다. 어릴 적 물가에서 사슴벌레를 만지면서 친구들과 ‘누구 벌레가 더 센지’를 겨루던 추억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꽃박람회에는 물장군·물방개 등 국내에 서식하는 곤충 100여 마리도 함께 전시한다. 가족 단위의 관람객은 자녀들에게 ‘아빠가 어릴 적 저 사슴벌레를 만지며 놀았다’는 이야기를 풀어볼 만한 좋은 기회다.

진태을 고양국제꽃박람회 전시1팀장은 “평소에 주변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곤충은 물론 곤충으로 만든 아름다운 미술품까지 관람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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