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과서에 실린 ‘폐품예술가’ 기병선씨, 5월 전시회서 또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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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영어 교과서에 실린 정크아트 작가 기병선(51)씨. 기씨 이야기가 최근 천재교육 출판사 고등학교 영어교과서에 실렸다.

이 교과서는 폐품을 활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기씨에 대해 영어로 소개하면서 작품 사진도 함께 실었다. 교과서를 통해 많은 고등학생들이 기씨와 정크아트에 대해 배우게 된 것이다.

기씨는 “TV 등에 여러번 소개되면서 영어 교과서 지문에 실리는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광스러워했다. 기씨는 TV 등에 여러번 나오면서

작업실에서 만난 정크아트 작가 기병선씨는 ‘기타 치는 로봇 이봉주’(사진) 막바지 작업 중이었다. ‘누구 닮았다?’ 생각했는데 마라토너 이봉주였다. 예전 아이들이 TV에 연결해 사용하던 게임기 본체가 이봉주의 얼굴이 되어 눈, 코, 입이 제대로 표현됐다.

특히 쳐진 듯 보이는 눈에 색깔안경까지 씌어 놔 더욱 이봉주 다웠다. 이작품은 천안천성중학교 출신인 기병선씨가 학교 후배들을 위해 만든 작품으로 천성중에 기증될 예정이다.

5월 천안휴게소에서 전시회를 여는 기병선씨. 조영회 기자

기병선씨는 폐품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기씨는 10여 년 전 아이들이 갖고 놀던 장난감이 버려지는게 아까워 정크아트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처음에 만든 군함이 주위 사람들에게 손재주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 후 기씨는 버려져 소각되거나, 재활용될 쓰레기를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그간 300여점이 넘는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에 기증해 기씨가 현재 갖고 있는 작품은 100여점뿐이다. 그중 기병선씨는 5년 전에 만든 ‘남대문’과 ‘창든 투사’라는 작품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유리케이스에 씌워 보관 된 남대문은 정교함과 견고함 그 자체다.

기씨의 작품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나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이 숨어져 있다. 대나무 돗자리가 벽돌이 되고, 칼 대신 커피스푼을 차고 있기도 하다.

기씨는 “주부들이 아파트 분리수거를 너무 잘해줘 필요한 재료를 구하기 쉽다”고 말하며 고마워했다.

기씨는 5월 5일부터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휴게소에서 5번째 전시를 갖는다.

백경미 인턴기자 bkm0911@nate.com 

◆정크아트(Junk Art)= 무궁한 창의력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나온 부산물인 폐품(잡동사니)을 소재로 제작한 미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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