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변동환율 시대]의미와 과제(1)…널뛰는 환율,예측성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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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제통화기금 (IMF) 의 자금지원을 받는 대가로 완전변동환율제 시대가 열렸다.

달러시세가 그날그날의 수요.공급에 따라 제한 없이 오르내리는 시대가 닥친 것이다.

완전변동환율제는 경제학에서 분류하는 외환거래제도의 종착역이다.

일반상품의 가격이 시장에서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돈값도 시장에서 아무 제약 없이 결정되도록 한다는 것이 완전변동환율제의 요체다.

정부는 완전변동환율제를 채택한 이유에 대해 "환율변동 제한으로 외환시장에서 가격기능이 원활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환율변동폭이 상하 10%로 확대된 후에도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4일간 환율이 상한폭까지 상승했고, 이중 10~11일 이틀은 상한폭까지 오른 후 거래가 중단되는 등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빚어졌던 게 사실이다.

또 15일에는 갑자기 하한폭까지 떨어지면서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외환시장이 수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장외거래가 급증하기도 했다.

따라서 시장변화를 완전히 반영하려면 변동환율제가 바람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0% 변동폭이 도입된 지 한 달이 채 못돼 떠밀리다시피 완전변동환율제로 전환하게 된 과정에서 IMF의 요구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70년대까지 우리나라 환율제도는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일종의 관리환율제도였다.

그러다 지난 80년 2월에는 달러뿐 아니라 엔화나 마르크화 등 주요통화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환율을 정하는 복수바스켓방식이 도입됐고, 90년 3월부터 다시 시장평균환율제도로 바뀌었다.

환율의 하루변동폭은 당초 0.4%로 시작했으나 그 후 여섯 차례에 걸쳐 확대된 뒤 지난달 20일부터 10% 변동폭이 적용돼 왔다.

이제 이같은 변동폭마저 없어져 환율은 완전히 시장기능에 맡겨지게 됐다.

기왕 변동환율제가 도입된 이상 남은 과제는 이른바 핫머니가 들락거리면서 외환시장을 교란할 위험성을 줄이고 환율의 예측가능성을 높여 줘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미 채권시장을 비롯한 자본시장이 사실상 전면개방된 상황에서 투기성 외국자본이 국내 외환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무역협회 신원식 이사는 "규제를 철폐해 환율변동을 시장상황에 맡기도록 한 것은 국제사회에 신뢰감을 준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 며 "그러나 환율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들이 수출입업무를 하기가 어려워지는 만큼 빨리 예측가능한 상황이 돼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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