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증권 법정관리 신청…금융기관 첫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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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증권업계 4위의 증권사인 동서증권이 자금난에 몰린 끝에 스스로 영업중지를 결정한데 이어 12일 서울민사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증권관리위원회는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열고 동서증권에 대해 경영개선계획을 1개월내 제출토록 하는 한편 빠르면 17일부터 예탁금인출을 재개하도록 조치했다.

또 한국은행은 동서증권 고객의 예탁금반환에 충당될 투자자보호기금이 고려증권 부도사태로 고갈위기를 맞음에 따라 한은은 증권금융에 재할인하는 방식으로 5천억원을 긴급지원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동서증권은 금융기관이란 특수성이 있고 지금까지 금융기관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전례가 없어 법원이 법정관리를 수용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동서증권은 증시침체로 인한 경영난에 빠진 상태에서 최근 신용공황속에 긴급자금줄마져 끊기는 바람에 매일 돌아오는 콜자금 결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11일 저녁 증권감독원에 자진영업중지 신고를 냈다.

이에 따라 동서증권 고객은 12일부터 증권당국의 조치가 나올때까지 예탁금을 찾을 수 없게 됐다.

대신 계좌이관이나 유가증권 반환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동서증권은 지난 주말부터 콜 차입을 제대로 할 수 없는데다 매각을 추진중이란 소문이 번지면서 지난 주말부터 11일까지 1천4백억원가량의 고객돈이 인출돼 자금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됐었다.

현재 이 증권사엔 모두 36만개의 고객계좌가 개설돼 있으며 고객이 맡겨논 예탁금은 거액환매채 (RP) 를 포함해 4천4백억원에 달한다.

이는 최근 부도를 내 영업정지조치를 당한 고려증권의 4배에 이르는 규모다.

한편 정부는 증시안정기금이 증권사 출자 주식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도록 하는 한편 시중은행을 통해 증권사에 담보대출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동서증권의 고객이 자기돈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증안기금의 외부차입을 금지한 관련법 시행령을 고쳐 다음주 중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증권사들이 그동안 콜차입등 급전조달을 위해 유가증권.부동산등의 담보를 상당부분 써버려 자금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정경·정철근·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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