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사실상 마비…은행, 대그룹 신용장 개설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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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 10대 주력그룹 계열사의 한 수입관련 부서장은 최근 수입 신용장 (LC) 을 개설하려고 은행을 찾았다.

그는 신용장 개설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예치금으로 어렵사리 원화자금을 마련해 은행을 찾아갔으나 신용장 개설을 거부당했다.

이 은행이 예치금으로 달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10대 그룹에서 이럴진대 중견.중소기업의 경우는 더말할 나위가 없다.

외상수입 신용장은 물론 보통 신용장마저 제대로 개설되지않아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바람에 낭패를 당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있다.

유화 기초원료인 나프타 수입의 경우 국내은행들이 신용장 개설을 안해줘 외국계 은행에서 신용장을 개설했으나 상당수 외국계 은행들도 13일부터 못해주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상승의 덕을 보아야하는 수출업체도 대금확보가 거의 불능해지는등 수출입업체의 무역활동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져들고있다.

수출업체들은 대금확보난과 함께 연말 수출이 차질을 빚고 환율상승으로 인해 외국 바이어들의 단가인하 요구까지 겹치면서 삼중, 사중고를 겪고있는 것이다.

대우그룹의 수출관련 한 부서장은 "기한부 수출환어음 (D/A, 유전스) 의 할인은 이미 끊긴지 오래며 지금은 현금결제나 마찬가지인 보통신용장의 매입도 대부분 은행에서 꺼린다" 고 말했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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