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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특목고 입시 명문 교장 인터뷰- 최수철 강서고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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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학년 자율학습실을 운영해 큰 입시성과를 올린 강서고의 최수철 교장. 강서고는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교로 유명하다.

프리미엄 황정옥 기자 ok76@joonang.co.kr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교육의 힘’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건 바로‘학교의 힘’이었다고. 서울대 16명, 의·치·한의대 포함 상위권 대학 합격자 93명. 일반고 중 서울대 합격자 순위 전국 3위를 기록한 서울 서남부의 강자 강서고의 최수철(69) 교장을 만났다.

“엇, 엄마! 여기 웬일이세요?” 공부에 몰두하고 있는 아들 뒤에서 흐뭇한 미소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엄마. 이내 엄마를 발견한 아들이 화들짝 놀라며 자기도 모르게 정적을 깬다. 매일 저녁 한번씩 강서고 자율학습실에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지난해부터 강서고는 교사와 학부모가 한조를 이뤄 자율학습 감독을 맡게 했다. 학부모들에게는 안도감을, 학생들에게는 긴장감을 불러 일으켜 그야말로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최수철 교장은 “성적향상은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이 가지는 달콤한 열매”라며 “학원다니지 않는 학교로 유명한 강서고는 전학년 자율학습실을 운영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학습실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좋은 입시성적을 보고 한정된 자율학습실 좌석을 차지하려는 학생들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실제로 올해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 합격한 김선진(19)군은 자신의 합격 비결로 자율학습을 꼽는다. “자신이 스스로 자율학습실 사용 계획을 세우는데 학교에서는 이에 맞춰 철저하게 관리해준다. 여럿이 함께 공부하면 집중도 더 잘되고 경쟁의식이 있어 효율도 오르는 것 같다.”

원하는 교사와 그룹과외도 효과 만점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공교육 기관의 한계라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기본에만 충실하면 못할 게 없어요.” 그러나 기본에만 충실해 올렸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대학 입시 성적. 학교의 위치가 목동에 있다보니 사교육의 도움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주위의 추측도 무성하다. 하지만 최 교장은 “같은 목동 지역에 있다고 해도 우리 학군 내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가정이 많아 사교육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며 “그래서 학교에서 그런 학생들을 배려해 자율학습과 특별수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교사 그룹과외(?)도 생겨났다. 학생 20여명만 모이면 한 반이 만들어진다. 비슷한 요구를 가진 학생들이 모여 원하는 교사에게서 원하는 강의를 듣는 것. 밖에서 벌어지는 고액 그룹과외를 학교 안으로 들여온 것이다.방과후 수업의 한 형태로 진행되는 이 강좌는 개별 맞춤 수업도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호응도가 아주 높다.

방학 때만 잠깐 학원을 다녔다는 김군도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특별반 수업이학원 수업보다 훨씬 도움된다”며 “특히 혼자공부하기 힘든 수학과목에서 도움이 컸다”고말했다. 한 번은 이 학교를 대상으로 진정서가 접수됐다. 학교 교사가 불법 과외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진상을 조사해 보니 이 학교의 야간 특별 강좌가 소문나면서 와전이 된 것.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만큼 주위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증거.

최 교장이 말하는 강서고의 또 하나의 강점은 끈끈한 동문애. 1년에 수차례 진행되는 동문들의 모교 방문의 시간은 재학생들에게 큰동기부여를 제공한다. “건설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한 동문은 매년 12명의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동문들의 모교 방문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비공식적으로 교사 평가를 실시하기도 한다. 불시에 교장이 직접 학생들에게 교사의 수업방식이나 성실도를 묻는 것. 여기서 지적받은 교사는 교장실에 불려가 해명해야 한다. 자연적으로 교사 간 경쟁도 이뤄진다.

최 교장의 학교 운영 제1철칙이 바로 ‘경쟁’이라는 점은 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아는 사실.“경쟁이 이뤄지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 그것이 바로 강서고 발전의 힘이다.”

학교의 모든 시스템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자연스레 조직의 발전이 이뤄진다는 최 교장의 이론이 내년에 이뤄질 고교 학교 선택제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 프리미엄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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