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현금 아니면 거래 거부…신용 관행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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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융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기업간 신용이 무너지는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건실했던 실물경제마저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마다 극심한 자금난 속에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생산.수출입.내수판매 등 기업활동 전반이 마비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재계에 퍼지고 있다.

특히 금융공황 상태가 기업과 기업간 신용공황으로 이어지며 '거래는 신용' 이라는 관행마저 무너지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모기업에 현금결제를 요구하며 납품을 중단하고, 메이커가 유통 대리점에 '재고가 쌓여도 외상은 안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상.어음 등 신용거래가 끊기고 현금만이 통용되는 추세다.

또 달러 부족으로 신용장 개설이 어려워지자 수출입 거래도 크게 위축됐다.

환율 급등으로 수출 가격경쟁력은 크게 높아졌으나 수출 관련 금융의 마비로 호기를 못살리는 실정이다.

내수도 크게 줄어 자동차는 79년 유류파동 후 처음으로 올해 마이너스 판매가 예상되고 가전제품도 내년 내수가 10%가량 줄 전망이다.

내수 부진에 환율 급등 여파로 원자재값까지 치솟자 주요 업종.업체들이 "인건비라도 줄이겠다" 며 조업단축에 나섰거나 나설 계획이다.

민병관·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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