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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레이싱의 세계 ①] 360Km 총알탄 ‘괴물‘ 6억 마음 관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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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 1950년 창설된 이래 올해로 60회째를 맞이한 유서깊은 대회다. 올해는 이미 호주, 말레이시아 그랑프리 등 두 대회가 끝났으며 11월 열리는 아부다비 그랑프리까지 모두 11번의 레이스가 남아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인기가 높지 않지만 대회 규모, 관중 동원, 시청률 등 흥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연간 17회 대회가 열리며 연 관중은 약 400만 명에 이른다. 188개국에 중계되며 연간 6억 명이 시청한다.

올 해 대회에는 맥라렌, 페라리, BMW, 르노 등 기존 팀들과 지난해 말 팀을 해체한 혼다를 대신해 신생팀 브라운GP 등 10개 팀이 출전했다. 팀마다 각각 두 대씩 출전해 서킷에서는 모두 20대가 각축을 벌인다. 호주 그랑프리와 말레이시아 그랑프리에서는 신생팀 브라운 GP의 젠슨 버튼이 잇달아 우승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F1을 누비는 경주용 자동차는 '자동차(Car)'가 아니라 '머신(machine)'이라고 불린다. 성능을 속속들이 살펴보면 왜 굳이 머신이라고 칭하는 지 알 수 있다.

<엔진>

머신의 심장이다. 배기량은 2400cc, 8기통이다. 300cc짜리 콜라캔 8개는 무려 750마력의 힘을 뿜어낸다. 750마리의 말이 끄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RPM은 무려 1만8000회에 달한다. 1분에 1만8000번 피스톤 운동을 한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1초에 300번 엔진이 회전하는 것이다. F1의 기술력은 더 성능 좋은 엔진을 만들 수 있지만 드라이버의 안전과 과다한 엔진 개발 투자를 막기 위해 RPM 규정을 강화했다. 지난해까지는 1만9000RPM까지 허용했다.

주로 알루미늄이나 티타늄 소재를 사용하며 무게는 쌀 한 가마니 수준인 80~100㎏이다. 정비센터에서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번쩍 들어올릴 수 있다. 일반 중형자동차는 2000cc엔진에서 보통 100~150마력 정도의 힘을 낸다.

<브레이크>

막강한 엔진은 무시무시한 스피드를 낸다. 실제 경기장에서 최고 속도는 350~360㎞ 정도지만 공항 활주로 같은 직선코스를 달린다면 이론적으로 500㎞를 거뜬히 돌파할 수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순발력이다. 멈춰선 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160㎞까지 속도를 높였다가 다시 멈춰설 때까지 5~6초면 충분하다.

엔진 성능에 걸맞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승용차는 시속 100㎞로 달릴 때 100m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F1 머신은 시속 340㎞로 달리다가 80㎞로 줄이는 데 100m면 충분하다. 고속철도 KTX는 같은 속도에서 멈춰서려면 약 3㎞가 필요하다.

브레이크 디스크는 탄소 섬유로 만든다. 섭씨 2000도의 뜨거운 열에서 약 6개월 정도 구워내야 디스크 하나가 만들어진다. 이 디스크는 500~800도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드라이버는 이 온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

<기어박스>

7단 기어를 사용한다. 수동기어지만 일반 자동차와 달리 스티어링휠에서 레버를 당겨 간단히 기어 단수를 조절할 수 있다. F1 드라이버는 0.02초, 말 그대로 눈깜짝 할 새에 기어를 조절할 수 있다. 초보자들은 잘 모르지만 F1 마니아들은 자동차 배기음만 듣고도 드라이버가 기어를 올리는 지, 내리는 지를 판별할 수 있다.

<타이어>

F1은 지난 1998년부터 표면에 4개의 줄이 파인 타이어를 사용했다. 이 역시 과도하게 빨라지는 머신의 스피드를 떨어뜨리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올해는 10년 만에 표면이 매끈매끈한 슬릭 타이어가 부활했다. 슬릭타이어는 머신의 접지력을 높여 코너에서 20% 정도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드라이버가 머신을 컨트롤하기도 쉬워진다. 타이어의 무게는 휠을 끼고도 약 15㎏ 정도다. 일반 마트에서 파는 20㎏ 쌀 1포대의 3/4 수준이다.

타이어 온도가 높아야 접지력이 커져, 경기전에 전기장판 같은 타이어 워머로 감싸 약 80도 정도를 유지해준다. 경기 직전 타이어를 갈아낄 때는 물론 특수 장갑을 낀 채 작업한다.

<차체>

차체는 벌집 모양 육각형 알루미늄 구조물에 탄소 섬유를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F1 차체는 가벼운 무게에 비해 가장 안정성이 높은 구조물로 꼽힌다. 시속 200~300㎞로 달리다가 충돌해도 드라이버가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F1은 자동차 무게 규정이 있다. 드라이버 탑승을 기준으로 적어도 605㎏을 넘어서야 한다. 일반 2000cc급 승용차의 무게는 약 1600kg이다.

<앞날개>

지난해에 비해 앞날개가 4cm 정도 커졌다. 또 드라이버가 레이스 도중 앞날개의 각도를 6도 정도 눕히고 세울 수 있게 됐다. 앞날개의 각도에 따라 공기의 흐름이 달라지고 이는 자동차의 스피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뒷날개>

더 높아지고, 작아졌다. 차 후미가 지난해에 비해 좀 더 불안하게 흔들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공기가 빠져나가는 게 높아져, 뒷 차가 추월하기는 더 쉬워졌다.

<소음>

F1 경기장에서는 귀마개를 판매한다. 소음이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팬들은 "F1의 진정한 매력은 소음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눈 깜짝할 새 눈 앞을 지나가는 머신이 토해내는 소음은 흔히 하이 소프라노에 비유된다. 여러 대의 머신이 함께 내지르는 소리는 F1 팬들에게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보다 더 가슴을 뛰게 만드는 화음이다.

<머신에 없는 것>

오로지 스피드만을 추구하는 머신에는 에어컨 따위는 없다. 카 오디오도 마찬가지.

이해준 기자 [hjlee72@joongang.co.kr]

[J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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