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 특허 출원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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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자동차, 이제 디자인으로 승부하라. "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시대를 맞아 과잉 생산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에 떨어진 지상명령이다.

76년 현대자동차가 포니를 첫 수출하던 시절, '값싸고 잘나간다' 는 것이 한국차의 경쟁력이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백80만대를 생산해 이중 1백20만대를 수출하는 세계 5위 자동차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더구나 세계 자동차시장이 품질.가격보다 디자인에 의해 좌우되는 추세여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최근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 독자적인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스포츠카 티뷰론의 경우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호주.독일등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는등 효자상품으로 등장했다.

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모델이나 내.외장 부품등의 의장등록출원은 완성 승용차의 경우 92년에 13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1건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또 에어스포일러등 내.외장 부품도 92년 1천2백건에서 지난해 2천5백39건으로 1백11%정도나 증가했다.

지난 7월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KIDP)에서 열린 우수산업디자인 (GD) 전에도 사상 처음으로 국내 자동차 4사가 모두 참여했다.

2백1개 선정 품목중 자동차 5개 모델이 가전3사를 제치고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통상산업부장관상등을 휩쓸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8월 세계 각국의 치열한 유치 경쟁을 따돌리고 디자인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디자인총회 (ICSID) 를 2001년에 유치하는데 성공, 디자인 선진국으로 발돋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단순히 영업전략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특허를 출원하는 '실적주의' 나 타사의 모방을 막기 위한 방어적 출원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질적인 면에서 우수한 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이형교 기자

◇ 도움말 = ▶김재원 (金在元.특허청 의장3과장) ▶김경수 (金庚秀 현대자동차 디자인5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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