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아시아 경제위기 장기화땐 미국경제도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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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미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전망은 대부분 낙관적이다.

지난 10월 잠시 하락세를 보이던 뉴욕 증시의 회복세라든지,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이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 등의 확신에 찬 발언에 힘입어 낙관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시아 경제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호황세의 미국 경제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현재 세계 경제의 위기상황은 과거 대공황의 초기상황과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세계적 대공황이 다시 엄습할 것이라고 예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의할 필요가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세계 증시는 엄청난 침체에 빠졌다.

미 투자회사 모건 스탠리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각국의 주가지수는 일본 25%.싱가포르 25%.홍콩 27%.필리핀 55%.한국 59%.인도네시아 60%.말레이시아 68%.태국 75%나 폭락했다. 신뢰도 위축됐다.

성장의 원동력이던 아시아 자본가집단의 화폐표시 자산은 크게 감소했다.

은행은 부실채권에 휘청거리고 있으며 해외투자는 크게 줄었다.

이 모든 징후들은 아시아의 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오래 갈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금융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해말 현재 세계적인 은행들의 개도국 은행에 대한 1년미만 단기대출금은 3천3백50억달러에 달했다.

이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 지역 이외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출금이다.

이들 대출금이 경신되거나 상환연장이 안된다면 큰 어려움이 야기될 것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에 따라 미국 수출시장의 약 25%가 영향을 받고 있다.

달러화 강세에 따라 미국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미국의 수출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아시아 경제위기는 또 미 국내로 들어오는 수입상품가격을 떨어뜨려 상대적으로 미국 상품들은 수익성 감소와 판매 부진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미국 기업들의 투자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물론 반대로 수입가격 하락에 따라 인플레가 억제되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증대되며 이자율은 하락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일본 경제는 약화된 금융기관과 침체에 허덕이고 있으며 IMF의 가혹한 구조조정 조건에 대한 한국의 반발도 크다.

이같은 불확실성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모든 위험이 미국엔 하나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론이다.

정리 =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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