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있는 곳엔 그가 있다! 예순 둘 … 빨간 운동복 아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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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축제의 진짜 주인공은 관중석의 팬들이다. 이 중에서도 12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눈길을 확 잡아끄는 독특한 ‘골수 팬’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13년째 이상민(37·삼성)을 응원해 오고 있는 곽상익(62·사진)씨다. 곽씨는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부터 이상민이 뛰는 경기를 거의 모두 찾아 다녔다. 늘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경기장을 찾는 곽씨는 농구팬 사이에서 ‘빨간 추리닝 아저씨’로 더 유명하다.

곽씨에게 경기 전 예상 관전평을 부탁했다. “아, 내가 뭘 알아”라면서 눈은 코트 위에서 몸을 푸는 이상민에게 향했다. “상민아, 파이팅”을 먼저 외치고 나서야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오늘 경기가 상민이에게는 고비야. 오늘 삼성이 져서 2승2패로 울산에 가면 어려워진다고. 아무래도 홈에 유리하게 판정이 나오지 않겠어”라고 베테랑 팬다운 평을 했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을 응원하는 여성 팬들 사이에 끼인 ‘아저씨 팬’ 곽씨는 기인(奇人)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대전에서 건설 관련 사업을 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큰딸이 이상민보다 한 살 어린 36세다.

이상민은 그를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반긴다. 그는 “상민이가 어딜 가든 응원할 거야. 은퇴해서 미국으로 유학가면 거기까지 따라갈 작정인데”라고 웃으면서 “상민이는 최소 3년은 더 하고 은퇴해야 돼. 허재(KCC 감독)가 마흔 살까지 선수를 했으니, 상민이는 마흔 한 살까진 해야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민이 은퇴하고 나면 농구도 큰일이여. 두고 보라고. 상민이만 한 스타가 없어”라고 프로농구에 따끔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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